[OSEN=이인환 기자] 흐름이 달라졌다. 숫자는 아직 선두를 가리키고 있지만, 체감 온도는 분명 낮아졌다. 한때 7점이었던 격차는 4점으로 줄었고, 아스날을 둘러싼 공기는 다시 긴장으로 채워지고 있다.
영국 ‘BBC’는 27일(한국시간) 아스날의 현재 위치를 과거와 나란히 놓고 우승 가능성을 분석했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패배로 아스날은 리그 3경기 연속 무승에 빠졌다. 단순한 결과 이상의 신호다. 흐름이 흔들릴 때마다 반복돼온 장면들이 팬들의 기억을 자극한다.
숫자는 냉정하다. 아스날은 23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리그 선두에 오른 경험이 세 차례 있었다. 그러나 실제 우승으로 이어진 건 단 한 번, 2003-2004시즌 ‘무패 우승’뿐이다. 당시에도 격차는 크지 않았다. 같은 시점에서 2점 차 선두였다.
최근의 기억은 더 생생하다. 2022-2023시즌,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아스날은 23경기 시점에서 역시 2점 차 선두를 달렸다. 29경기 이후엔 한때 8점 차까지 벌렸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상태였지만, 결승선을 앞두고 무너졌다. 끝내 우승 트로피는 맨체스터 시티의 손에 들어갔다.
가장 아팠던 사례는 2002-2003시즌이다. 당시 아스날은 23경기 이후 5점 차 선두였다. 그러나 시즌 후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던진 ‘스퀴키 범 타임(squeaky bum time)’이라는 말과 함께 압박이 시작됐다. 결과는 반전이었다. 아스날은 미끄러졌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5점 뒤진 채 시즌을 마쳤다.
그럼에도 전체 전례를 놓고 보면 희망의 근거는 분명하다. BBC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에서 이 시점에 최소 4점 차 선두였던 사례는 총 20차례. 그중 16번은 실제 우승으로 이어졌다. 실패는 소수였다. 1995-1996시즌 12점 차를 날린 뉴캐슬, 1997-1998시즌 5점 차를 지키지 못한 맨유, 그리고 2018-2019시즌 무패 행진에도 불구하고 맨시티에 밀린 리버풀 정도다.
불과 한 주 전으로 범위를 좁히면 수치는 더 선명해진다. 22경기 시점에서 7점 차 선두였던 팀이 우승을 놓친 사례는 이번 세기 들어 1996년 뉴캐슬과 1998년 맨유뿐이었다. 데이터는 여전히 아스날 편이다. 옵타는 남은 일정을 1만 차례 시뮬레이션한 결과, 아스날의 우승 확률을 81.7%로 산출했다.
그러나 축구는 확률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아스날의 전 주장 파트릭 비에이라는 “팀의 정신력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른 팀들이 완벽하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기회를 잡아야 할 시기”라고 짚었다. 피터 슈마이켈 역시 “외부 압박보다 내부에서 오는 부담이 더 크다. 우승 경험의 부재가 다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앨런 시어러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시즌 중에는 언제든 삐끗할 수 있다. 지금은 패닉에 빠질 때가 아니다”며 선수층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아르테타 감독도 같은 맥락이었다. 맨유전 패배 이후 그는 “차이는 아주 작다. 우리가 스스로 그 차이를 줄였다. 이제 중요한 건 반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