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 최고위층에서 나온 강도 높은 이 발언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정부 전체가 대응하는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금융·통신·공공기관 등 사실상 사회 전 영역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됐다. 대부분은 주무 부처가 중심이 돼 조사와 과징금 부과, 보안 개선 명령이라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리돼 왔다. 하지만 쿠팡의 경우에는 범정부 대응기구 가동,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 경찰 수사까지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만 시작돼도 움츠러들 텐데 국세청과 관세청, 과기정통부, 고용노동부, 국토부까지 나섰다.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역대급이다.
쿠팡이 급성장하면서 노동을 비롯한 다양한 이슈를 사회적 눈높이에 맞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법대로 했다’며 정부만 책망할 게 아니라 여론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개인정보 유출을 계기로 정부 부처가 전방위적으로 나서는 건 특정 기업 죽이기로 비치거나 정치적 악용이라는 비판이 수반될 우려가 있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인정보가 어느 정도로 유출됐는지부터 정확히 따지고, 쿠팡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게 정부가 먼저 할 일이다.
최근 쿠팡에 대한 대응은 정교함이 떨어진다. 정부와 경찰, 국회까지 나서니 공익을 위한 행정 집행이 아니라 정치·사회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적 대응으로 읽힐 수 있다. 이젠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에 정책 리스크로, 미국과 통상 마찰 이슈로 번지는 형국이다. 일부에선 쿠팡에 대한 규제가 한국 기업 전체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일 뿐 아니라 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시킨다. 정부는 규제의 신뢰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더 우려되는 지점은 이런 방식이 개인정보 보호라는 본래 목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 여부다. 대응이 과도해질수록 기업은 문제 해결보다 법적 방어와 리스크 관리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정보 공개와 협력은 위축되고, 전체 산업의 보안 수준 향상이라는 정책 목표와도 멀어지게 된다.
정부는 호흡을 고르고 기업의 정보 유출 사고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와 기술을 정교하게 다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제도적 환경 속에서 기업과 정부가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야 외양간도 고치고, 국민도 안심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