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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 수사개시권 주라는 대통령…금융위는 “공권력 남용 소지 크다”

중앙일보

2026.01.27 07:02 2026.01.2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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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인지수사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금감원의 수사 권한 확대에 힘이 실렸다.

이 대통령은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장관으로부터 ‘특사경 도입 확대’에 관한 보고를 받던 중 “금감원 특사경이 인지수사를 못 하게 하면 어쩌나”라며 “금감원 같은 준공무기관이 법 위반을 조사하는데 검사만 승인할 수 있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 특사경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범죄 가운데서도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은 사건’에 한해서만 수사가 가능하다. 범죄 혐의를 인지하더라도 검찰 승인 없이는 수사에 착수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금감원은 민생금융범죄 대응을 명분으로 특사경 조직을 확대하고, 인지수사권을 확보해 스스로 수사 개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수사 범위 역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넘어 기업 회계감리, 불법사금융·투자사기 등 민생금융범죄까지 넓혀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다.

금융위원회는 신중한 태도다. 금감원이 민간 성격을 지닌 감독기구인 만큼, 인지수사권까지 부여할 경우 공권력 남용 소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외부 통제를 강화하는 등 자체 견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 부분은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금융권은 초긴장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지수사권이 생기면 단순 조사 단계에서 바로 수사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사의 형사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사경 권한이 확대될 경우 보험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민생금융범죄에 우선 대응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했다.

인력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감원은 특사경 기능 강화를 위해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 인력을 늘려야 한다며 금융위원회에 이미 증원을 요청한 상태다. 공공부문 인력은 한 번 확대되면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만큼, 금감원 조직이 과도하게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 여부에도 시선이 쏠린다. 금감원 권한이 대폭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에 상응하는 통제와 견제 장치(공공기관 지정)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제외하면 금융감독기관이 이 정도의 수사 권한을 갖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민간 기관인 금감원이 수사 기능까지 맡게 될 경우 공공기관 재지정 논의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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