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2%대를 돌파하며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한 달 만에 0.4%포인트 넘게 오르며 3년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가계뿐 아니라 기업도 대출 이자 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연 4.23%로 집계됐다. 전월(4.17%)보다 0.06%포인트 올랐고, 지난해 10월 이후 석 달 연속 상승세다. 주담대 금리가 4.2%대에 진입한 건 지난해 2월(4.23%) 이후 10개월 만이다.
신용대출 금리도 한 달 사이 0.41%포인트 급등해 5.87%를 기록했다. 2024년 12월(6.1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 폭으로는 2022년 11월(0.64%포인트) 이후 3년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4%대에 육박했다. 전월보다 0.09%포인트 오른 3.99%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상승세다.
대출금리가 일제히 오른 건 매파적(통화 긴축) 정책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뛰어서다. 지난 1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란 문구를 삭제했다. 이에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나고 본격 금리 상승기에 진입할 거란 기대가 커졌고, 한국 국고채를 비롯해 각종 시장금리도 오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해 10월 연 2.57%에서 지난달 2.89%로, 은행채 1년물(AAA) 금리도 같은 기간 연 2.6%에서 2.84%로 올랐다. 단기 시장금리의 대표로 꼽히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 금리도 연 2.66%에서 3.06%로 급등했다.
은행채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오르면 은행권의 조달비용도 오른다. 은행 입장에선 유동성과 재무 건전성을 챙기기 위해 대출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담대·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지표금리인 은행채 금리 상승 영향을 받았다”며 “신용대출 금리가 상승한 것도 은행채 단기물 같은 단기 시장금리가 오른 데다, 연말에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분이 많았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가계대출을 받는 이들이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전월보다 5.7%포인트 하락한 48.9%로 집계됐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50% 아래로 떨어진 건 2024년 12월(46.8%) 이후 처음이다. 김민수 팀장은 “지난해 11~12월 고정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장기채 금리가 변동금리 대출에 영향을 주는 단기 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한 영향”이라며 “고정금리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빨리 올라 차주들이 변동금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금리가 당분간 꺾이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주담대 5년 고정형(혼합형·주기형) 금리는 연 3.97~6.7% 수준이다. 상단 기준 6%를 넘어선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7%를 앞두고 있다.
대출에 허리가 휘는 건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 대출금리도 한 달 사이에 0.06%포인트 올라 연 4.16%를 기록하며 두 달째 상승세다. 대기업 대출은 0.02%포인트 올라 4.08%, 중소기업 대출은 0.1%포인트 뛰어 4.24%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