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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박진경 취소용’되나…법 꼼수 적용 ‘보훈부식 결자해지’ 우려

중앙일보

2026.01.27 07:14 2026.01.2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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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용 외교안보부 기자
“(박진경 대령 국가 유공자 지정을) 손자분이 신청했습니다. 신청 자격이 없는 겁니다. 바로 직계 아들딸, 직계 부모만 자격이 있습니다.”(지난 21일 라디오 인터뷰)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지난해 10월 보훈부가 고(故) 박진경 대령에게 국가유공자 증서를 발급한 데 대한 후속 조치를 말하던 중이었다. 박 대령은 1948년 제주에서 진압 작전을 이끌다 남로당 세포였던 부하에 의해 암살된 뒤 전몰군경(戰歿軍警)으로 인정됐는데, 행적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4·3 사건 희생자 유가족과 단체들은 “학살의 주범”이라고 주장하고 박 대령 측 등은 “양민 학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권 장관은 “손자에게는 신청 자격이 없는 만큼 일단 그 절차를 취소하고, 보훈심사위원회에 안건을 올려 다시 심의받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국가 유공자 대상이 맞는지 다시 들여다보겠단 취지로 들렸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훈부 당국자는 “해당 사안을 보훈부가 직권신청으로 보훈심사위에 올리는 것”이라며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도 부연했다. 절차에 따랐다는 설명에도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건 그간의 전례 때문이다. 권 장관 스스로도 “관행에 의해서 국방부의 무공서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매뉴얼에 의해 실무자들이 보훈심사위에 회부하지 않고 발급했었다”고 말했듯 보훈부는 지금껏 훈장 등을 받은 경우 신청 자격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박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경위를 살펴보고 이를 취소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지난해 12월 14일)고 지시하자 궁색한 논리를 만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훈부가 판단 근거로 삼은 국가유공자법 6조 5항의 취지도 사실 직계존비속 이외의 가족이 신청하지 못하도록 배척하려는 게 아니다. 직계가족이 없어 등록 신청을 할 수 없는 국가유공자들에 대해서는 보훈부 장관이 보훈심사위를 통해 유공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2016년 해당 조항이 만들어진 건 무연고 국가유공자를 발굴하려는 목적이 컸다.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만든 조항을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 법 취지를 퇴색시키는 게 될 수 있다.

권 장관은 지난해 12월 보훈부 업무보고에서 “(박 대령 건을) 결자해지로 책임지고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의 결자해지가 ‘꼼수 동원 취소’라면 “국가를 위한 희생에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게 할 것”(지난해 현충일 추념사)이라는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할 우려가 있다. 박 대령의 양손자인 박철균 육군 예비역 준장의 말이 무겁게 들리는 것도 그래서다. “할아버지도 제주 4·3의 또 다른 희생자입니다. 정확한 사실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게 진정한 상생과 화합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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