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둘째 날 새벽, 서울 금천구의 생활폐기물 적환장에서 충남 번호판을 단 트럭을 봤다. 종량제 쓰레기를 가득 실은 이 트럭은 200㎞가량 떨어진 충남 공주의 한 민간재활용업체로 향했다. 얼마 뒤 지역 공무원들이 이 업체를 덮쳤고, 종량제 봉투를 파헤쳤다. 음식물쓰레기가 섞인 것을 찾아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겠다며 엄포를 놨다. 갈 곳을 잃은 쓰레기는 결국 경기 화성시로 향했다.
요즘 서울과 지방의 자치단체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쓰레기 핑퐁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새해 들어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의 0.9%가 자체 처리되지 못하고 비수도권으로 빠져나갔다. 비중만 놓고 보면 크지 않아 보이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쓰레기 원정 소각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갈등은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쓰레기 핑퐁 게임의 1차 책임은 ‘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키지 못한 서울시에 있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이미 2021년에 예고됐다. 그러나 이후 5년 동안 공공소각장 용량을 늘리지 못하면서 민간 소각장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방치했다. ‘쓰레기 배출 책임은 주민에게, 처리 책무는 지자체장에게 있다’는 종량제 제도의 기본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일본 도쿄시는 직매립 제로화에 대비해 소각장을 22곳까지 늘렸으며 현재도 2곳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서울시도 결국 지난 26일 “발생지 처리 원칙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뒤늦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대책이 이른바 ‘쓰레기 다이어트’다. 캠페인을 통해 시민 한 명당 연간 종량제 봉투 사용량을 1개씩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캠페인에 기대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종량제 봉투 가격을 현실화하는 등 쓰레기 발생량을 구조적으로 줄이기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종량제 쓰레기를 한 번 더 선별할 수 있는 전처리 시설도 설치해야 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2030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지금의 혼란을 방치한다면 전국적인 쓰레기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발생지 처리 원칙은 구호가 아니라 시설과 제도로 완성돼야 한다. 지자체장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쓰레기 처리 책무를 회피해선 안 되며, 중앙정부 역시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에 나서야 한다. 이대로라면 쓰레기 핑퐁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공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