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당 대표 등을 비난한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내리면서 쓴 결정문이 충격을 주고 있다. 결정문에서 “당 대표는 단순한 자연인 인격체가 아니다”는 취지로 내부 비판 자체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당 대표를 사실상 성역으로 규정한 윤리위의 결정은 궤변을 넘어 위헌적이다. 국민의힘이 과연 민주국가의 정당인지조차 의심케 한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북한 수령론’ ‘나치즘’ 같은 전체주의, 사이비 민주주의”라는 한동훈 전 대표의 반발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 윤리위의 논리대로라면 당 대표에 대한 비판은 불가능해진다. 윤리위는 “당 대표는 당원 개개인의 ‘자유 의지의 총합’으로 만들어진 정당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단순한 자연인 인격체가 아니며 하나의 정당 기관에 해당한다”면서 “당의 리더십과 동료 구성원, 소속 정당에 대한 과도한 혐오 자극의 발언들은 정당한 비판의 임계치를 넘어선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논리가 대한민국 제1 야당의 판단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결정문에는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싶으면 탈당해 자연인 자격으로 비평을 하라”는 내용도 나온다.
계파 갈등의 최전선에 서 있던 김 전 최고위원이 각종 매체에서 과격한 발언을 해 온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같은 당 당원을 향해 ‘망상 바이러스’ ‘한 줌도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하고 장동혁 대표에게는 ‘자신의 영혼을 판 것’ ‘파시스트적’ 등의 표현으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해당 발언이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당이 정한 품위 유지 조항에 저촉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비판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정당의 품위를 훼손하는 일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입틀막’이다.
정당의 기본 작동 원리는 경쟁이다. 공천과 경선 등 대부분의 과정에서 자신의 비교 우위를 강조하는 주장과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을 거쳐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등이 국민의 대표로 뽑혔다. 그렇게 뽑은 대표를 ‘국민 자유 의지의 총합’이라는 이유로 비판할 수 없게 되는 사회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2차 종합 특검에 대해 “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반대하는 게 민주주의다. 민주당에서는 조국혁신당과의 통합을 놓고 친이재명계가 정청래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낸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 논리대로면 우리 당 최고위원들은 징계감”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단식을 끝내고 다시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하는 장 대표에게 윤리위의 상식 이하의 결정문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반하는 윤리위 결정을 하루 빨리 거둬들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