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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의 관세 압박, 원칙 지키며 치밀하게 대응을

중앙일보

2026.01.2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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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자동차 관세 15%에서 25%로 인상 방침 밝혀



쿠팡 사태, 디지털 규제 등 갈등 사안 빈틈없이 관리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말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과 11월 양국 정상 간에 재확인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무역 합의 이전 수준으로 다시 인상하겠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자동차·목재·의약품 등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양국 정부의 공식 채널에서 오랫동안 협상해 합의한 내용을 아무런 사전설명 없이 SNS로 뒤집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인상 시점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어제 우리 증시는 자동차 관련주 등을 중심으로 한때 급락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가 한·미 간의 무역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상호관세 위법 여부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조만간 나올 예정인 만큼, 한국을 압박해 대미 투자의 가시적 성과를 서둘러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대미투자특별법을 둘러싸고 국내 이견이 있긴 하지만 이 법안이 대미 투자의 근거법이고 연간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올해 시작하기로 합의한 만큼 법안의 국회 통과 자체는 예정된 사실이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은 동맹국인 한국 의회의 적법한 국내 절차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한 처사다. 트럼프의 관세 번복이 압박용으로 그치기를 바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관세 번복이 한·미 간 소통의 균열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 대응의 안일함을 보여준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J D 밴스 부통령과 회동한 김민석 총리는 ‘미국과의 핫라인’ 구축을 성과로 내세웠다. 김 총리는 트럼프 정부가 관세협상 이행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갖는 불만의 심각성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미국은 2주 전 이미 우리 측에 관세협상 합의 중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왔다고 한다.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보낸 이 서한이 비록 대미투자특별법 얘기는 아니었다 해도 한국에 대한 불만을 공식 표명한 것은 분명한 이상 우리 정부는 문제의식을 갖고 보다 적극 대처했어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반도체 관세 압박에 대해 “일희일비하면 중심을 잡을 수가 없다”며 “자기 중심을 뚜렷하게 가지고 정해진 방침과 원칙에 따라서 대응해 나가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 번복 소동에서 보듯 한·미 간에 불신과 오해가 쌓여 파행으로 치닫는 일은 없어야 한다. 관세뿐 아니라 쿠팡 사태와 디지털 규제 등에서 양국 간의 파열음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는 우선 미국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국익 최우선의 원칙 아래 신중하고 치밀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국회도 정쟁을 멈추고 정부와 적극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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