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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키워 ‘삼천닥’ 가겠다는 정부, 현실은 82%가 적자

중앙일보

2026.01.27 07:35 2026.01.2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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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니콘’ 기업을 키워 코스닥 3000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소적이다. 특례상장 혜택을 받아 코스닥에 입성한 기존 기술성장 기업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쳐서다. 10곳 중 8곳이 번 돈보다 쓴 돈이 더 많은(영업손실) 상태였다.

2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2024년에 기술성장 기업으로 특례상장된 기업 38개 가운데 31개(82%)가 2024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영업손실을 봤다. 영업손실액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기업도 10개나 됐다. 2023년 특례상장된 기업도 영업손실을 낸 곳이 29개 중 23개(79%)로 더 많았다.

기술성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상장특례 제도는 정부가 내세운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다산다사’ 정책의 핵심이다.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유니콘 기업을 시장에 쉽게 상장시켜 코스닥 시장의 질을 한층 올리려는 전략이다.

지난해 거래소는 인공지능(AI)·바이오·반도체·우주항공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35개사를 이 방식으로 코스닥에 신규 상장시켰다. 상장특례 적용을 받은 기술성장 기업 중 상당수는 지난해 초 실적이 없어 연간 영업이익을 계산할 수 없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35개(미공시 2개 포함) 중 25개가 영업손실을 보고 있었다.

상장 당시 약속했던 실적과 괴리가 컸다. 기업들은 상장 과정에서 증권신고서와 함께 추정 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05개 기업이 추정 실적을 토대로 상장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실적을 충족한 곳은 6개(5.7%)에 그쳤다. 상장 당시엔 유니콘으로 기대됐지만, 이후 제대로 뛴 기업은 몇 개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상장 제도의 한계는 코스닥 시장 전체의 부실로도 이어진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코스닥 한계기업 비중은 24%다. 4개 중 1개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코스피 한계기업 비중(11%)의 두 배를 웃돈다.

이날 코스피가 종가 기준 5000선에 처음 올라선 데 이어 코스닥도 하루 전보다 1.71% 오르며 1082.59에 장을 마쳤다. 2004년 코스닥 지수 개편 이후 최고치다. 전날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1000선 고지를 밟은 데 이어 이틀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이런 코스닥 지수 상승이 이어지더라도, 기초체력이 약한 기업이 많으면 변동성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코스닥 시장의 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은 점도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인이다. 개인이 많을수록 기업의 기초체력보단 단기 기대감에 따라 시장 자체가 크게 출렁이고, 안정적인 수급 형성에 한계가 있어서다. 올해 들어 27일까지 코스닥 시장(거래량 기준)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9%로, 코스피(약 67%)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 상승을 두고 “이익이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측면에서 설명하기 쉽지 않다”며 “가파른 상승세는 오히려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상장 종목 수는 약 800개인 반면, 코스닥 상장 종목 수는 약 1800개로 너무 많다 보니 정보 비대칭성도 심하고 ‘묻지마 투자’도 심하다”며 “새로운 걸 하기에 앞서 특례상장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시장 평판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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