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미투자특별법안(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3월 이전에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입법부의 입법 불이행”을 직접 언급하며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히자 국회가 부랴부랴 입법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7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미투자특별법은 잘 심의하면 문제없이 1분기 안에 충분히 통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미투자특별법은 법안소위에서 간이 공청회를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며 “1분기 안에 통과하지 않을까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은 다음 주 열리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심의에 곧바로 착수할 방침이다.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27일 발의한 대미투자특별법은 한·미 관세협상에서 미국 측에 약속한 3500억 달러(약 506조원) 대미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김병기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안을 준비하며 “지금이 바로 행동할 골든타임”(11월 6일)이라며 최우선 처리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법안 숙려기간(20일)이 지난 뒤 여야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문제로 충돌하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정국으로 곧바로 이어지며 정치권에선 이 법안이 사실상 잊혀지다시피 했다. 그래서 법안은 아직 재경위 법안소위에도 회부되지 못한 상태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27일 한병도 민주당,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국익이 직결된 사안이다. 관련 법안 심사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원내대표 역시 “법안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는 데 초당적 협력을 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법안을 발의한 뒤 조속히 심의·의결해야 한다는 정부·여당 측 요청을 기억하지 못하겠다. 정부가 제대로 알리지 않았거나, 직무를 유기한 사항으로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논란은 네 탓 공방으로도 번졌다. 국민의힘은 “비준 패싱이 부른 관세 참사”(최보윤 수석대변인)라며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헌법 60조에 따라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건너뛰려다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이다. 송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는 국회의 비준이 필요한 중대한 통상 합의를 체결해 놓고 비준 절차를 외면해 왔다”고 했다. 재경위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미국 부통령과 회담을 마치고 ‘핫라인을 구축했다’며 귀국한 지 하루 만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밴스 부통령이 김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손현보 목사의 구속과 편향적 쿠팡 조사에 강력하게 우려를 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양해각서(MOU)를 보면 비준 대상이 아니라고 확실히 돼 있다”(한 의장)고 반박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맺은 일본도 국회 비준을 거치지 않았고, 미국 역시 비준 같은 절차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 글에서 비준(ratify) 대신 제정(enact)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도 비슷한 이유”라며 “국민의힘은 국익을 볼모 삼는 비준 고집을 멈추고 대미투자특별법 통과에 협조하라”고 반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