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내부 감찰을 위한 독립 조직인 감찰위원회 신설을 추진한다. 김호철 감사원장 취임 이후 ‘감사 받지 않는 감사 권력’이란 외부 비판을 수용해 쇄신에 나선 것이다. 감사원은 내부 감찰을 강화해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표적 감사’ 논란, 이른바 ‘유병호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27일 감사원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감사원은 현재 사무총장 아래에 편제돼 있는 감찰관 조직을 원장 직속의 감찰위원회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직 개편이 완료되면, 감찰위원회는 감사원의 주요 정책과 감사 결과를 의결하는 조직인 감사위원회와 같은 수준의 조직으로 강화된다.
그동안 사무총장 휘하의 감찰관 조직은 내부 감찰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감사원 사무처 직제에 따르면, 감찰관은 ‘감사원에 대한 자체 감사와 특명 사항에 대한 감찰에 관해 사무총장을 보좌한다’고 규정돼 있다. 사실상 사무총장에 대한 감찰은 할 수 없고, 사무총장 입맛에 따라 감찰관 조직이 운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유병호 감사위원이 사무총장으로 재임할 때도 이런 문제가 지적됐다.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의 지난해 11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7월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은 감찰관실 소속 감찰담당관을 불러 A과장 등 감사원 직원 5명에 대해 즉시 조사 개시를 하라고 통보를 하고, 업무용 컴퓨터를 수거하도록 지시했다. TF는 “감찰담당관은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특명 사항을 수행하는 부서 특성상 지시를 이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이런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감찰관을 원장 직속 조직으로 만들어 사무총장의 ‘전횡’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감찰관 조직은 내부 직원에 대해 솜방망이 처분을 한다는 문제도 지적됐었다. 2023년 고위직 직원이 폭행을 저질러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됐지만 내부 징계 절차 없이 사직한 게 대표적이다. 가중 처벌 대상인 운전자 폭행 혐의를 받은 직원이 가장 가벼운 단계의 징계인 견책을 받는 일도 있어 ‘제 식구 감싸기’ 문제가 지속돼왔다.
감사원은 감찰관 1명이 조직을 운영하는 현재 방식과 달리 합의제 조직으로 감찰위원회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위원회가 되면 여러 외부 위원의 의결로 내부 직원에 대한 감찰이 개시되는 등 내부 감찰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김호철 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감사원의 내부 감찰 조직 개편 의지를 이미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청문회에서 “감사원 직원의 일탈에 대한 통제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서 내부 직원을 감찰하는 부서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당시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병호 감사위원이) 2023년 사무총장 재직 당시에 다른 감사위원보다 무려 2~3배 많은 특수활동비를 수령했다. 감사위원이 된 이후에도 다른 위원보다 2배 많은 특활비를 수령했다”고 지적하자 김 원장은 “내부 통제의 미흡도 한 원인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감찰위원회 신설을 위해선 감사원법 개정이 필요하다. 감사원은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안을 만든 뒤 국회에 설명을 할 예정이다. 민주당에선 박범계·박주민·이해식 의원 등이 감찰관을 감사원장 직속으로 두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