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60조 잠수함' 끌어올 현대차 떴다… 韓-獨 벼랑끝 '국가 대항전'

중앙일보

2026.01.27 12:00 2026.01.27 12:2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장보고-Ⅲ 배치-I 3번함 신채호함의 시운전 모습. 사진 HD현대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이 단순 기업 경쟁을 넘어 한국과 독일 간 ‘국가대항전’으로 치닫고 있다. ‘민관 원팀(One team)’으로 구성된 한국 특사단은 방산·철강·인공지능(AI)·위성·희토류·정유 등 다방면에서 캐나다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26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캐나다 산업 협력 포럼’을 개최해 양국 기업 간에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포럼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등 정부 특사단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손재일 한화시스템 대표, 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장 등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캐나다 측에선 필립 제닝스 혁신과학경제개발부 차관, 빅터 피델리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 등 연방정부와 주 정부 고위 인사가 참석했다. 이번 잠수함 수주전은 건조 비용 약 20조원에 30년에 걸친 MRO 사업까지, 최대 60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추산된다.

우선 한화오션은 캐나다 최대 철강업체 알고마스틸과 현지 강재 공장 건설과 잠수함 유지·보수·정비(MRO) 인프라에 활용될 철강 제품의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을 협력한다. 이를 위해 한화오션은 사업수주를 전제로 약 3억4500만 캐나다달러(약 3600억원)를 출연하기로 했다. 또 한화시스템은 위성통신기업 텔레샛과 저궤도(LEO) 위성 통신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이외에도 ▶인공지능(한화오션·한화시스템-코히어) ▶우주(한화시스템-MDA스페이스) ▶첨단센서(한화시스템-PV랩스) ▶희토류 개발(포스코인터내셔널-토른가트메탈스) 등에서 MOU를 체결했다.

이처럼 민관이 캐나다 현지 기업들과 전방위적인 사업 협력에 나서는 것은 캐나다 정부가 잠수함 사업 수주를 대가로 절충교역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충교역은 무기를 수주할 때 반대급부로 현지 투자, 기술 이전 등을 제공받는 방식의 무역을 의미한다. 특히 캐나다 정부가 공개한 평가항목 배점 비중을 보면 잠수함 플랫폼 성능 배점이 20%, 유지보수 및 군수지원이 50%, 경제적 혜택이 15%, 금융·사업 수행 역량이 15%다. 잠수함 자체 성능 뿐 아니라 양국이 절충교역 일환으로 제시할 ‘카드’에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화그룹이 26일(현지 시간) 캐나다 기업 5곳과 전략적 투자 및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필립 제닝스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 차관, 손재일 한화시스템 대표, 이반 장 캐나다 코히어 공동 창업자,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빅터 피델리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 사진 한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직접 캐나다로 향해 특사단에 힘을 보태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자국에 완성차 생산 공장을 설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미 북미에 다수의 생산 설비를 갖춘 만큼 수소 생태계 구축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현된다면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충전·활용까지 전 주기에 걸친 기술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도 캐나다가 잠수함을 안정적으로 운용·보수할 수 있도록 종합 컨설팅을 제공하고, 잠수함 사업 기간 동안 수조원 규모의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캐나다에 제안했다. 정부가 협조를 요청한 대한항공은 캐나다와 군용기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캐나다기업연합회(BCC)가 주최한 ‘한-캐 최고경영자(CEO) 대화’에도 한국 기업과 캐나다 기업 CEO 30여명이 참석해 교류를 확대했다.

문제는 독일 역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은 잠수함 공급을 넘어서 희토류·광업 개발·AI·자동차 배터리 분야까지 포괄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경제 협력 패키지를 제안할 계획이다.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는 캐나다 잠수함·함정 부품 전문기업 마르멘과 손을 잡고 일부 부품을 캐나다에서 직접 생산하겠다는 ‘현지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토마스 쿠프 TKMS 최고영업책임자(CSO)는 “이번 협력을 통해 캐나다 내 산업 입지를 확대하고, 캐나다 퀘벡의 제조 생태계가 가진 강점을 적극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독일과 캐나다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이라는 점이 안보 협력 측면에서 TKMS에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TKMS는 이미 나토 재래식 함대의 약 70%를 공급하고 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보트(U-boat)’에서 시작된 독일 잠수함 산업은 세계 최고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특히 북해·발트해 등에서의 작전 경험이 수십년간 구축돼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캐나다 입장에선 안전하게 독일을 선택할 것이냐, 새로운 다크호스인 한국을 선택할 것이냐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장 교수는 “한국은 산업 협력에 더해 독일보다 우위에 있는 MRO 역량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등을 앞세워야 한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잠수함을 수주하는 것을 넘어서 캐나다와 수십 년 간 이어질 산업·안보 파트너를 맺는 기회인 만큼 국가 총력전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정부는 오는 3월까지 양국으로부터 최종 입찰제안서를 받고 상반기 내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나상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