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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 어르신도 '두쫀쿠 오픈런'…손자 주냐 묻자 "내가 먹을건데"

중앙일보

2026.01.27 12:00 2026.01.2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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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어린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50명 넘는 사람들이 수십 분간 줄을 섰다. “1인당 2개씩 한정 구매 가능합니다” 직원의 수량 제한 안내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받아 든 이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파리바게뜨 광화문1945점에서 디저트 ‘두바이 쫀득 볼(두쫀볼)’을 구매하는 풍경이다.

‘두바이 디저트’ 열풍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당초 2030세대의 인기 디저트로 통하던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는 여러 파생 상품을 낳으며 전 연령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보통 개당 5000원~1만원대로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조기 품절과 오픈런이 이어진다. 제품 경쟁력과 소셜미디어(SNS)의 일상화, 경기 불황 속에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란 분석이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파리바게뜨 광화문1945점에서 두쫀볼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임선영 기자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탕후루 등 이전 유행 디저트에 비해 맛과 식감 면에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고, ‘두바이’란 이름이 주는 이국적인 이미지도 소비자에게 강하게 어필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대를 초월한 인기는 판매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충남 천안시에서 왔다는 김동연(78)씨는 또래 친구와 함께 줄을 서 두쫀볼을 손에 넣었다. 그는 “내가 먹으려고 샀다”며 “손자가 ‘요즘 대세’라고 추천하길래 서울에 놀러온 김에 들렀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후 친구 4명과 함께 두쫀볼을 나눠 먹었다. 주부 오세진(47)씨는 “고교생 아들이 먹고 싶다고 해서 사다 주려고 한다”며 “서둘러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27)씨는 “요즘 두쫀쿠 매력에 빠져 줄 서는 시간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

파리바게뜨의 '두쫀볼'. 사진 파리바게뜨
파리바게뜨의 '두쫀 타르트'. 사진 파리바게뜨
두쫀쿠는 한동안 유행한 ‘두바이 초콜릿’을 한국식으로 변형한 디저트다. 버터에 볶은 카다이프(중동식 면)와 피스타치오 크림을 둥글게 빚은 뒤 마시멜로로 감싸 초콜릿 가루를 입혔다. 이름은 쿠키지만 식감은 ‘겉쫀속바’(겉은 쫀득하고 속은 바삭)한 떡에 가깝다.

두쫀쿠 유행은 골목상권에서 시작됐지만, 식음료·유통 대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제조보고(신제품 신고·등록 절차)를 한 ‘두바이 디저트’만 82개에 달한다.

스타벅스의 '두바이 쫀득롤'. 사진 스타벅스
업계는 이 레시피를 케이크·타르트·도넛·빙수 등으로 확장하며 각종 파생 상품을 내놓고 있다. 베이커리 업계 1위 파리바게뜨는 두쫀볼에 이어 ‘두쫀 타르트’를 출시했고, 카페 업계 1위 스타벅스는 오는 30일 일부 매장에서 ‘두바이 쫀득롤’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두바이 디저트 제품을 출시해달라’는 고객의 요청이 많았다. ‘두바이 음료’ 출시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편의점·백화점·호텔 업계까지 관련 신제품 경쟁에 가세했다.

편의점 CU가 출시한 두바이 디저트들. 사진 CU
설빙의 ‘두바이초코설빙’ 등 두바이 디저트들. 사진 설빙
주요 기업들이 ‘두바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배경엔 디저트의 흥행력이 있다. 편의점 CU의 ‘두바이 쫀득 찹쌀떡’은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이 180만개를 기록했고, 투썸플레이스의 두바이 케이크는 지난 26일 사전예약 오픈 5분 만에 완판됐다. 카페 설빙의 ‘두바이 초코설빙’은 겨울철 비수기에도 지난달 판매량이 전월 대비 42%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관련 제품 기획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교수는 “이전 다른 디저트 유행보다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가격대를 낮추면서 맛과 품질을 유지하느냐가 롱런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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