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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정상회담 이후, 여론의 방향을 묻다

중앙일보

2026.01.27 15:08 2026.01.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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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MOU 서명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26.01.05.

지난해 11월 APEC 정상회담에 이어 2026년 새해 벽두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냉각됐던 양국 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출발점이 됐다. 양국 정상은 연례회동과 외교·안보 전략대화 채널 복원에 합의했고 경제·산업 14개 분야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문화콘텐트 교류 재개를 위한 환경 조성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27일 서울에서 열린 ‘2026 한중언론인포럼’에서는 양국 주요 언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상회담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한·중 관계에서 언론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27일 2026한중언론포럼이 서울에서 개최됐다.중국연구소

▶이종혁 성균중국연구원 원장=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는 한·중 관계를 ‘전면적 복원의 원년’으로 규정했다. 이전 정권 시기에 누적된 갈등과 오해를 정리하고 관계를 정상 궤도로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측은 공식 담화와 회담 전반에서 ‘이화위귀(以和爲貴)’와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사용했다. 조화 속에서 차이를 관리하겠다는 접근이다. 방중 첫 장면인 공항 영접에서 장관급 인사가 나선 것은 한국에 대한 예우를 보여준다. 다만 외교·안보 라인이 아닌 과학기술 부처 수장을 배치한 점은 한·중 관계를 안보 전략이 아닌 기술·산업 협력 중심의 기능적 관계로 설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상회담 전반은 민감 사안을 배제하고 실용외교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중 직전 중국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1992년 수교 공동성명 이후 유지돼 온 기본 입장의 연속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관계 개선을 과시하는 정치적 이벤트라기보다 변화한 국제 환경 속에서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제도적 조정 과정이다. '잘해보자'라기보다 '싸우지 말자'라는 관리 위주의 관계 복원이라고 본다.

▶망주천(莽九晨) 인민일보 한국지사장=현재 국제 정세는 변동성이 크다. 한·중 양국은 지역 평화와 글로벌 발전에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 양국 정상이 항일 투쟁의 역사를 공유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 다자주의를 견지하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웃 국가로서 이견은 존재할 수 있으나 이를 이성적으로 관리하고 소통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언론은 이 과정에서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쉬쯔창(徐自强)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 한국 수석대표=글로벌 경제 회복이 더디고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중 양국 정상이 단기간 내 상호 방문하며 향후 경제·산업 협력의 방향을 제시했다.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 협력 체계 구축은 글로벌 산업계의 공통된 요구다.
과거 한국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중간재와 핵심 기술을 제공했고 중국은 생산 능력과 비용 경쟁력을 기반으로 최종 제조와 조립을 담당했다. 그러나 중국 제조업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구조는 전환기에 들어섰다. 이번 정상회담 시기에 맞춰 진행된 한중비즈니스포럼에서 한국 기업인들은 디지털 경제, 반도체, 신에너지, 전기차, 바이오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과 기술 협력을 통해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산업 생태계 참여로 나아가길 희망했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의 ‘FTA 허브’ 특성을 활용한 제3국 시장 진출 전략이 중요하다. 한국은 미국, EU, 아세안, 인도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RCEP 핵심 회원국으로 제도적 이점이 있다. 이를 활용한 공동 생산과 원산지 규정 적용은 글로벌 공급망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오광진 조선비즈 이코노미조선 편집장=이번 정상회담은 시진핑 주석의 한국 국빈 방문으로는 11년 만이고, 한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으로는 9년 만이다. 정상 간 소통은 단절돼 있었지만 인적·경제적 교류는 지속해 왔다. 다만 1992년 수교 이후 한국에 무역수지 흑자를 안겨주던 중국이 2025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이 중간재를 공급하고 중국이 최종재를 수출하던 수직적 보완 구조가 수평적 경쟁 관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산업 고도화가 가져온 변화다.
이번 정상회담은 공급망 안정, 혁신 경쟁과 협력, 소비재·서비스 교류 확대라는 세 축 위에서 경제협력의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제도와 구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인식이다. 긍정적 인식은 협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청소년, 미디어, 스포츠, 싱크탱크 교류를 활성화해 긍정적 서사가 주류적 여론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7일 2026한중언론포럼이 서울에서 개최됐다.중국연구소

▶윤창수 서울신문 부장=이번 대통령 방중을 통해 서해 구조물 문제는 일정 부분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안은 북핵 문제다. 남북 간 소통 채널이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재 역할을 요청했다.
상하이 기자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공개한 ‘시 주석은 인내심을 가지라고 했다’라는 표현은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실질적 역할이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다가오는 4월 미·중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북핵 문제가 미·북 양자 협상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한국과 중국은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박승준 아주경제 논설주간=시진핑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해 APEC에서는 서로가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라고 표현했다. 한·중 관계는 양자 관계에 그치지 않는다. 여기에 미국이라는 변수가 항상 존재한다. 1992년 수교 당시 공동성명에는 ‘하나의 중국’과 ‘한반도 평화 유지’가 함께 명시돼 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중시하듯, 한반도 평화 유지에도 역할을 해야 한다.

▶박진범 KBS PD=한·중 문화콘텐트 교류는 2016년 이후 급격히 위축됐다. 지난 10년간 실적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1999년 H.O.T.를 시작으로 한국 드라마와 가수들이 중국 전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시기와 비교하면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문화콘텐트 교류에 대한 기본적 공감대는 형성됐다. 다만 바둑과 축구 등 수용 가능한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양국의 위상과 산업 환경, 문화 트렌드가 10년 전에 비해 많이 변화한 만큼 이에 맞는 새로운 교류 기제가 요구된다. 또한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를 전달하겠다는 방식이 아니라 중국의 문화도 함께 수용하는 상호적이고 균형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김매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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