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내내 모든 것을 참으며 몸을 낮춘 김건희 여사는 영부인이 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하 경칭 생략) 남편의 대통령 취임식 당일인 2022년 5월 10일 이른 아침, 점잖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실로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건희는 그때만 해도 여전히 조심스러워 보였다.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걸었다. 당선 직후 일성이었던 ‘조용한 내조’가 현실화하는 듯했다.
그러나 현충원 귀빈실에서 ‘올 화이트’ 패션으로 환복한 그 순간부터 분명 뭔가 달라졌다. ‘버전’ 전환 버튼이 눌러진 것 같았다. 이후 국회 본청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 내내 그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때로는 그 순간을 만끽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날 저녁 외빈 초청 만찬에서 광택이 도는 베이지색 실크 투피스로 한 번 더 갈아입은 김건희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마주했다. 그때 이미 김건희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커리어우먼으로 돌아가 있었다. 대화는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
" 파평 윤씨 종친이기도 한데 잘 도와주세요. "
윤호중도 덕담으로 대응했다.
" 사실 지역구에 어머님 친척이 장사를 하고 계시는데, 사실 제가 이분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
김건희의 모친인 최은순씨의 친척을 통해 최씨를 잘 알고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김건희의 입에서 심상치 않은 발언이 나온 건 바로 그때였다.
" 그러면 제가 ‘쥴리’ 아닌 거 알고 계시겠네요. 아직도 제가 쥴리라고 생각하시나요? "
‘원한의 폭발’과 ‘자학 개그’ 사이 어디쯤 위치한 듯한, 도발적이고 아슬아슬한 질문이었다. 당황한 윤호중은 머쓱한 웃음과 함께 답을 얼버무려야 했다.
" 제가 그렇게 말씀드린 적이 없는데…. "
이 대화로도 알 수 있듯 그때 이미 ‘조용한 내조’는 잊힌 상태였다. 그리고 김건희의 사고가 이어졌다. 그러나 김건희에게는 의외의 모습도 있었다.
아크로비스타를 진동시킨 김건희의 심야 고성
" 대체 뭘 사과합니까?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목소리를 높였다. 꽤 늦은 밤이었다. 그의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에는 캠프 핵심 참모 A가 난감해하는 표정으로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 직전 윤석열은 ‘사고’를 쳤다. 2021년 10월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협 사무실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 그거는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왜 그러느냐? 맡긴 거예요. 이 분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맡긴 겁니다. "
" "
이른바 ‘전두환 옹호’ 발언이었다. 진의를 떠나 전두환, 그리고 군사 독재 시절을 미화한다고 지적받기 딱 알맞은 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론이 들썩였고 국민은 공분했다. 야심한 밤, A가 달려올 정도였다. A가 조심스레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