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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거장 작곡가 필립 글래스 '링컨교향곡' 케네디센터 초연 취소

연합뉴스

2026.01.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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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케네디센터의 가치, 작품 메시지와 정면충돌"
美 거장 작곡가 필립 글래스 '링컨교향곡' 케네디센터 초연 취소
"요즘 케네디센터의 가치, 작품 메시지와 정면충돌"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의 거장 작곡가 필립 글래스가 워싱턴DC의 국립 공연장 '트럼프 케네디 센터'에서 신작 '링컨 교향곡'의 세계 초연을 할 수 없다며 일정을 취소했다.
글래스는 27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엑스(X),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 올린 성명에서 "숙고 끝에 나의 교향곡 제15번 "링컨"의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 공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케네디 센터와 이 센터 상주악단인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NSO)는 올해 6월 12일과 13일에 이 작품의 세계 초연을 지휘자 카렌 카멘세크, 바리톤 독창자 재커리 제임스와 함께 할 예정이었다.
작곡가의 홈페이지에 있는 이 작품 소개에는 기존 초연 계획 부분이 삭제되고 "세계 초연과 향후 공연 일정은 앞으로 발표될 예정"이라고 내용이 변경됐다.
다만, 27일 밤 기준으로 케네디 센터 홈페이지에는 초연 일정을 소개하는 티켓 예메 페이지가 그대로 실려 있었다.
글래스는 성명에서 "교향곡 제15번은 에이브러햄 링컨을 그린 작품이며, 요즘 케네디 센터가 지향하는 가치는 이 교향곡의 메시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러므로 나는 현 지도부 하의 케네디 센터에서 이 작품의 초연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와 바리톤 독창자를 위한 이 작품의 가사 중 앞부분은 링컨이 28세의 일리노이 주하원의원이던 1838년 1월에 스프링필드의 청년 토론모임에서 한 '라이시엄 연설'에서 따왔다.
생애 처음으로 한 이 대중연설에서 링컨은 정치 폭력을 비판하면서 미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래스의 결정에 대해 케네디 센터의 로마 다라비 공보담당 부사장은 "예술에는 정치가 들어설 자리가 없으며, 정치에 기반해 보이콧을 요구하는 이들은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데이비슨 NSO 대표는 "우리는 필립 글래스에게 깊은 존경을 품고 있으며, 언론과 동시에 그의 결정을 알게 돼 놀랐다"며 발표 전 사전 통보가 없었다고 말했다.
글래스의 교향곡 제15번은 케네디 센터와 NSO가 공동으로 위촉해 작곡됐다.
위촉 당시에는 2022년 3월 초연 예정이었으나 작품 완성이 계속 미뤄졌으며, 올해 6월 초연 일정은 케네디 센터의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 시리즈의 핵심으로 포함됐다.
성명에서 글래스는 센터 측이 작년 12월부터 쓰고 있는 '트럼프 케네디 센터'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고 기존의 정식 명칭을 썼다.
미국 연방정부가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설립한 국립 공연장인 케네디 센터의 법적 공식 명칭은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다.
작년 12월에 센터 이사회는 센터 이름의 앞부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추가해 '도널드 J. 트럼프 및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로 이름을 바꾸기로 결의했으며 간판과 홍보물 등도 이에 맞춰 바꿨다.
다만 법적 명칭의 변경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를 위해서는 의회의 결의나 입법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2기 임기가 시작된지 2주만인 작년 2월 초에 본인이 케네디 센터 이사장으로 직접 취임한다고 선언하고 센터의 기존 이사장과 대표를 포함한 이사 전원을 해임하고 본인 측근들을 이사로 앉혔다. 또 센터의 프로그램 선정에 개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항의해 센터의 예술 고문이었던 유명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등 많은 예술가들이 트럼프가 임명한 현 지도부가 들어선 센터에서 공연을 보이콧하고 있다.
또 이 센터를 수십년간 본거지로 삼아온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WNO)도 센터와 결별하고 다른 곳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예술가들과 관객들의 보이콧이 이어지면서 2024년 가을에 93%였던 케네디 센터의 티켓 판매율(유료 및 무료 티켓 포함)은 2025년 가을에 57%로 급감했다.
오는 30일에 만 89세 생일을 맞는 글래스는 1960년대부터 왕성한 작곡활동을 해왔으며, '해변의 아인슈타인', '샤타그라하', '아크나텐', '더 보이지' 등 오페라와 교향곡·협주곡·실내악곡·독주곡을 아울러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썼다.
'미시마', '햄버거 힐', '캔디맨', '트루먼 쇼', '디 아워스', '판타스틱 4' 등의 영화음악도 작곡했다.
그가 주요 창시자들 중 하나로 꼽히는 '미니멀리즘' 작곡 사조는 클래식음악의 연장선상에 있는 현대음악과 전자음악은 물론이고 테크노음악, 트랜스음악 등 대중음악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글래스는 1995년 프랑스 문예공로훈장을, 2015년 미국 국가예술훈장을, 2018년에는 케네디 센터 공로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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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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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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