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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협상' 전환?…트럼프 "25% 관세 꺼내면 상대 움직인다"

중앙일보

2026.01.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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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관세 문제에 대해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한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관세를 기존의 15%에서 25%로 기습 인상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클라이브에서 열린 경제 연설에서 관세 정책의 성과를 강조하며 11월 중간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에서 진행한 경제 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면 상대방은 ‘하겠다’고 한다”며 관세를 무기로 상대를 압박해 “미국이 세계에서 그 어느 때보다 존중받게 됐다”고 자화자찬했다.



하루 만에 협상 전환…“해결책 마련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아이오와로 출발하기 전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우리는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추가 설명을 하려다 재차 “우리는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아이오와로 이동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 대한 관세 문제와 관련 "한국과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미 무역 합의가 한국 국회에서 입법화되지 않았다”며 관세를 25%로 다시 올리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한국과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과에 따라 관세 인상 발표를 철회할 여지까지 남겼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불만 사안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폭스 인터뷰에서 “한국은 향후 3년 간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더 많은 미국산 자동차의 진입을 허용하며 농산물에 대한 비관세 장벽 일부를 철폐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그들은 지금까지 투자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면서 “한국이 약속을 이행하도록 강제 받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협상 조건(관세 인하)을 고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26일 발의된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이 역시 조속한 대미 투자를 종용하면서 이를 이행할 경우 관세를 다시 인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5% 관세 말하면 상대방 기꺼이 수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 연설에서 한국과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한국, 일본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며 한국의 대미 투자를 관세 정책의 핵심 성과로 제시했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클라이브 소재 호라이즌 이벤트 센터에서 경제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책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전미 각지에서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관세 압박으로 상대를 굴복시킨 사례를 자랑하듯 늘어놨다.

그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채 “내가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더니 그들은 ‘그렇게 하겠다. 우리가 왜 안 하겠나. 기꺼이 한다’고 답했다”며 “나는 그렇게 그 어떤 대통령도 해내지 못 했던 일을 해냈고, 미국 무역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가들과 공정한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한국에 부과하겠다고 밝힌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압박 전략의 예시로 들었던 25%와 동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일본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중국, 영국, 호주 등과의 무역 협상을 통해 미국산 물품, 특히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에게 민감한 농산물 수출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성과로 제시한 사례에 한국은 단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일정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도착해 걸어오며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의 농기계 업체 ‘디어’가 노스캐롤라이나에 7000만 달러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한 발표를 자신의 성과로 제시했다. 이 역시 취임 1주년 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의 투자 결정을 강조하며, 국외 자본을 활용한 알래스카 천연가스 사업을 언급했던 것과 차이가 난다.



“선거 지면 다 잃는다”…韓에 성과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대부분을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성과를 과시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면서 “만약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며 “중간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선거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클라이브 소재 호라이즌 이벤트 센터에서 경제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책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전미 각지에서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상호관세의 위법 여부를 가릴 대법원 판결에 대해선 “중국 쪽에 기운 사람들, 말 그대로 중국 편에 선 사람들이 그것(관세)을 막으려고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해낼 것”이라고 했다.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이날 한 번도 제시하지 못한 한국의 구체적 투자 성과가 절실할 수 있다. 실제 백악관은 이날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배경’을 묻는 중앙일보의 질의에 “단순한 현실은 한국이 관세 인하의 대가로 (무역) 합의를 했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관세를 인하했지만, 한국은 약속을 이행하는 데 아무런 진전도 이루지 않았다”고 했다. 속도를 강조한 말이다.

백악관은 그러면서 실제 관세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비롯해 인상 시기 등을 묻는 말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한국을 향해 최대한 조속한 투자 약속 이행을 압박하기 위해 관세 인상 카드를 꺼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명록 작성 모습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조속한 투자 및 무역 합의 이행 압박을 받은 정부는 현재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워싱턴으로 급파해 러트닉 상무장관과 직접 접촉하기로 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미국 측 카운터 파트인 그리어 대표와 별도로 협의할 예정이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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