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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金총리에 “쿠팡 차별 말라” 경고…사흘 뒤 트럼프 “韓관세 원복”

중앙일보

2026.01.2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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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메이저 석유업계 경영진들과의 간담회에서 JD 밴스 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런 ‘대(對)한국 관세 원상복구’ 선언 배경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미국 테크기업 규제 움직임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한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는 한ㆍ미 무역 합의 이행의 근거가 되는 대미투자 특별법의 국회 처리 지연을 문제 삼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대우 논란과 온라인플랫폼법 등 디지털 규제 움직임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와 조사에 대해 한국에 경고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3일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회동에서 쿠팡을 비롯한 미국 테크기업에 불이익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밴스, 金총리에 ‘관세 인상’ 가능성 경고”

밴스 부통령은 김 총리에게 미국 측은 쿠팡과 같은 테크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서 의미 있는 완화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고 한다. 특히 “밴스 부통령이 명시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테크기업에 대한 조치가 지속될 경우 한ㆍ미 무역 합의가 흔들리고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돌연 “한국 국회가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기에 나는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지난 23일 밴스 부통령 회담 직후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밴스 부통령이 미국 기업인 쿠팡이 한국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물어 국민 개인정보 유출 건에 대해 설명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해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왼쪽)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총리실


美 조야에 ‘쿠팡 차별대우’ 인식 퍼져

하지만 이 자리에서 밴스 부통령이 품었던 문제의식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결과가 26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원상복구’ 선언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김 총리 방미 첫날인 지난 22일 아미 베라 등 미국의 지한파 연방 하원의원 7명과 가진 오찬에서도 영 킴, 데이브 민 등 한국계 의원들 사이에서 “쿠팡이 한국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사실 여부와는 무관하게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광범위한 조사를 차별 조치 아니냐고 보는 인식이 미 조야 깊숙이 자리잡혀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이런 기류는 27일 연방 하원 법사위의 공화당 측이 소셜미디어 X(엑스)에 올린 글에서도 드러난다. 공화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선언하는 소셜미디어 글을 그대로 싣고 “이것은 쿠팡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할 때 발생하는 일”이라고 했다.
차준홍 기자



美서 ‘韓 디지털 규제’ 비판·우려 목소리

친트럼프 성향의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는 쿠팡의 주요 투자자 두 곳이 한국 정부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는 자사 보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관세 인상 결정이 나왔다며 “쿠팡 측 주요 투자자인 그리노크스와 알티미터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 이후 한국 정부가 쿠팡을 상대로 마녀사냥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최근 미 정부와 의회에서는 한국 정부의 쿠팡 수사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라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 등을 비(非)관세 디지털 장벽으로 보고 우려와 비판을 쏟아내 왔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 검열’ 등을 들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문을 이례적으로 냈고, 제임스 헬러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지난 13일 ‘미국 기업이 디지털 서비스 측면에서 차별받지 않고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고 명시한 한ㆍ미 공동 팩트시트의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 외교안보 책사로 불린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는 지난달 23일 “쿠팡에 대한 국회의 표적화는 미국 기업을 향한 광범위한 규제 장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한국 상호관세 인상 발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미 양국 종합]


USTR “韓 약속 이행 않고 디지털 법만 도입”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27일 폭스비지니스 인터뷰에서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의 배경에 대해 “우리는 25%였던 관세율을 15%로 낮춰 성의를 보였지만 한국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지금까지 (대미) 투자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디지털 서비스에 관한 새 법안만 도입했을 뿐”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백악관은 이번 결정이 한국의 약속 미이행 때문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결정 배경에 대한 중앙일보 질의에 “단순한 현실은 한국이 관세 인하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관세를 낮춘 반면 한국 측은 자신들의 몫을 이행하는 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WSJ도 이날 “백악관 측은 기술(기업) 및 종교 문제와 관련해 현재 (양국 간에) 진행중인 긴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를 촉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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