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 등의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에 한발 물러섰지만,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불안 속에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8일 자동차업계는 전날에 이어 정부 대응을 지켜보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과 추가협의를 진행 중이고 정치권에서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을 서두른다고 하는 만큼, 차 업계는 차분히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우리는 한국과 함께 (관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것(We'll work something out with South Korea)”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 등의 관세를 15%에서 다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글은 한국에서 파급효과가 컸다. ‘고환율을 빌미 삼지 말고 대미투자를 조속히 이행하라’고 압력 한 것과 동시에 ‘쿠팡 등 디지털 플랫폼 규제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시그널도 준 것으로 풀이된다”며 “일종의 ‘트럼프 원맨쇼’인데, 미국 내에서는 ‘역시 트럼프’라는 반응과 함께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국은 지난해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 달러(약 505조원)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했다. 합의 내용을 정리한 공동 팩트시트가 지난해 11월 13일 발표됐고, 투자를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은 지난해 11월 26일 발의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11월 1일부터 소급해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했지만, 대미투자특별법은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관세 10%포인트 인상 시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3조1000억원과 2조2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올해 영업이익이 21~23%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차 업계는 법안 통과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측이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이는데, 법안 통과 때까진 언제든 미국 측 입장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라며 “직접 대응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정부의 외교 노력과 정치권의 동향만 지켜보고 있다. 사실 대미투자특별법이 입법되더라도 트럼프 정권 내내 대미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분산을 위한 시장 다변화를 주문했다. 김태황 교수는 “미국에서 트럼프 리스크를 경험한 만큼 유럽·인도·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양자 관계에선 언제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의 가입을 통해 다자 관계를 가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대미 투자 이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 나더라도, 일단 한국의 투자 약속은 이행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에서 정의·공정을 내세워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역공하는 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 약속이나 한·미 조선업 협력(MASGA) 등은 이행하되, 추가적인 대미 투자 결정은 국내 산업의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현대차·기아의 주가는 이미 ‘관세 리스크’를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장보다 0.82% 오른 49만2500원에, 기아는 2.48% 내린 14만9700원에 마감했다. 기아의 주가 하락은 이날 실적발표의 영향으로 보인다. 기아 측은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조6000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중 미국 자동차 관세에 따른 비용은 3조원가량으로 집계됐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중심으로 로보틱스 상용화 기대감이 기업가치에 상당 부분 반영되면서 25% 관세 영향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축소된 상황”이라며 “오는 8월 로봇메타플랜트응용센터(RMAC) 가동을 시작으로 인공지능(AI) 팩토리 착공, 모셔널로보택시 서비스 상용화 등이 예정돼있다. 향후 미래 AI와 로보틱스기반의모빌리티 사업확대에 따른 모멘텀은 2028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