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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 연출, "멈추지 않고 '일무' 새롭게 진화할 것"

중앙일보

2026.01.27 23:08 2026.01.27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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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시 어워드’의 첫 상을 한국 무용으로 수상했다는 것이 가장 기쁩니다.”

'일무' 공연모습. '일무' 안무가들은 한국 작품 최초로 '베시 어워드'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서울시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일무’ 의 정구호 연출은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무’가 ‘뉴욕 댄스앤 퍼포먼스 어워드’(베시 어워드)를 수상한 데 대해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딕슨 플레이스에서 열린 제41회 베시 어워드에서 ‘일무’의 정혜진·김성훈·김재덕 안무가는 최우수 안무가·창작자상을 받았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정구호도 트로피를 들어 올렸어야 마땅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혜진은 “크리에이터로서 정구호 연출도 같이 상을 받아야 한다”며 “정구호 연출의 탁월한 감각으로 인한 색감이 이 작품을 몰입할 수 있도록 한 게 수상의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베시 어워드’는 미국 뉴욕에서 공연한 작품 가운데 혁신적인 성취를 이룬 예술가와 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1984년 시작됐으며, 미국 유명 안무가 베시 쇤베르크를 기려 베시 어워드라는 명칭이 붙었다. 독일 현대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쉬, 현대 무용가 최초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매튜 본 등이 이 상을 받았다. 한국 단체가 만든 무용 작품이 이 상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린 건 처음이다.

지난 2022년 초연한 ‘일무’는 국가무형문화재 1호이자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의식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지난 2023년 뉴욕 링컨센터 공연해서 전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서울시무용단 ‘일무’의 정구호 연출가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아티스트라운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구호'도 상을 받았어야 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뉴스1

정구호는 “해외 시각에서 ‘일무’를 동양적인 고요함과 서양적인 동적 요소들이 묘하게 결합한 작품으로 본 것 같다”라고 수상 이유를 짚었다. 실제 ‘베시 어워드’ 선정위원회는 일무에 대해 “시각적으로 매혹적이며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한국 전통 의례 무용”이라며 “정중동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폭발적이고 역동적인 춤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평했다.

안무의 완성도 역시 ‘일무’의 강점이라고 정구호는 꼽았다. 그는 “일무는 다른 공연과 달리 주역이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군무로 이뤄진 작품”이라며 “군무 자체가 하나의 주인공으로 보일 수 있게 무용수들이 해냈다. 이런 안무의 완성도가 없었으면 수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무용수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아울러 정구호는 “‘일무’ 뉴욕 공연 자체가 SK의 후원금이 없었다면 절대 만들어질 수 없었다”며 “이런 공연이 해외에 나가려면 기업의 지원 없이 불가능하다. 꼭 칭찬해달라”고도 했다.

구호·르베이지·데레쿠니와 같은 브랜드를 이끌던 유명 패션 디자이너 출신 정구호는 한국 전통 예술을 현대적 시각으로 작품을 잇달아 연출하며 주목받아왔다. ‘묵향’(2013), ‘향연’(2015), ‘산조’(2021) 등의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공연계에 화제를 모았다.

정구호는 ‘향연’을 준비하면서 접한 종묘제례악이 ‘일무’ 의 출발점이 됐다고 밝혔다. 정구호는 “처음 종묘제례악의 ‘일무’를 봤을 때 너무나 현대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현대적인 성격을 가진 한국 무용은 없다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작품을 만들어 해외 투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구호는 전통 무용에 조예가 깊은 정혜진과 현대무용 안무가 김성훈·김재덕과 호흡을 맞춰 ‘일무’를 연출했다.

세계를 사로잡은 '일무' 공연 모습. 연합뉴스

이번 수상이 새로운 ‘일무’를 만드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뜻을 정구호는 밝혔다. 그는 “일무를 멈추지 않고 새롭게 현대적으로 진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무’의 해외 공연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이미 ’일무’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있었고 앞으로도 외국의 공연 요청이 많을 것 같다”며 “작품의 수명을 늘리고 보여줄 범위를 넓히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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