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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외교관 이일규 “미국의 마두로 축출, 김정은에 ‘참수작전’ 공포 줬을 것”

중앙일보

2026.01.2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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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헬기 승강장에 도착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연초 베네수엘라를 급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군사 작전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체제 붕괴에 대한 극심한 위기감을 안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이일규(54) 전 주쿠바 북한대사관 참사는 28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라카스에서 벌어진 미국의 신속한 작전은 김정은에게 자신 역시 언제든 취약해질 수 있다는 공포를 안겼을 것”이라며 “이른바 ‘참수작전’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점을 체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참사는 “마두로 정권 축출 이후 북한 지도부가 극도의 불안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김정은은 자신에 대한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경호 체계와 위기 대응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베네수엘라는 강력한 미국 제재와 외교적 고립 속에서도 정권을 유지해 온 반미 독재 국가라는 점에서 북한과 유사성이 크다”며 “그런 정권이 무너졌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 체제에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이 전 참사는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근본적 이유도 체제 안전 보장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핵은 김정은에게 협상 카드가 아니라 생존 수단”이라며 “미국과의 협상에서 비핵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도 이러한 체제 불안이 깔려 있다”고 했다.

이 전 참사는 2018~2023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정무참사로 근무했으며, 중남미 지역에서 북한의 외교·대외 활동을 담당했다. 그는 2023년 11월 한국으로 망명했으며, 현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탈북 배경에 대해선 “상급자에게 뇌물을 바치기를 거부한 뒤 외교 활동 기회가 차단됐고, 모든 것에 지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혀 있는 북한군 2명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참사는 “이들이 북한으로 송환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돌아가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느낄 만큼, 살아남는 것 자체가 고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통령 탄핵 이후 수개월간 대통령 없이도 국가 시스템이 작동했던 한국의 사례는 북한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 체제는 최고지도자가 민중의 뜻에 따라 끌어내려질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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