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30% 가까이 줄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여파에 3조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 까닭이다.
기아는 2025년 연간 매출액이 연결 기준으로 114조1409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전년대비 6.2%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2024년(107조4488억원)에 이어 2년 연속 100조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연간 영업이익은 9조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전년(11.8%) 대비 3.8%포인트 낮아진 8%를 기록했다.
수익성이 악화한 데엔 미국 관세 영향이 컸다. 기아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25% 관세 영향으로 연말까지 3조93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윤병렬 기아 투자설명회(IR) 팀장은 “지난해 11월 1일부로 15% 관세가 소급 적용됐지만, 미국 법인 내 보유 재고 영향으로 사실상 두 달 넘게 25% 관세를 부담해야 했다”며 “북미·유럽 시장에서의 경쟁 비용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도 “순수하게 관세 15%를 적용받은 것은 지난해 11월 말 이후”라고 했다.
그럼에도 매출이 늘어난 건 하이브리드차·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기아의 도매 판매 대수는 313만5873대로, 전년대비 1.5% 늘었다. 특히 친환경차는 17.4% 증가한 74만9000대를 팔았다. 여기에 환율 효과로 평균판매가격(ASP)도 상승했다. 기아는 “미국 하이브리드, 서유럽 전기차 중심 수요 등 글로벌 친환경차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아는 올해 실적 가이던스(전망치)로 ▶판매 335만대 ▶매출 122조3000억원 ▶영업이익 10조2000억원 ▶영업이익률 8.3% 등을 제시했다. 판매와 매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6.8%, 7.2%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10조원대를 회복하겠다는 목표다. 김 본부장은 “올해 시장 수요는 지난해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신차 출시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미국에선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신차를 선보이고, 유럽에선 ‘EV2’에서 EV3·EV4·EV5로 이어지는 대중화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그룹 부품 자회사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 61조1181억원, 영업이익 3조3575억원을 기록하면서 모두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각각 전년대비 6.8%, 9.2%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9305억원)은 5.6% 줄었다. 현대모비스는 그룹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동력 구동 장치)를 공급하는 등 로봇 부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최대 변수 역시 트럼프발 관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재인상하겠다고 밝혔다가, 이튿날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입장을 번복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줬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기아의 관세 부담액을 25%일 경우 3조9000억원, 15%일 경우 2조4000억원으로 전망했다. 10%포인트 차이로 1조5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날 기아 주가는 전일 대비 2.48% 하락한 14만970원, 현대모비스는 2.83% 내린 44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