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는 '꽃'이라는 별명이 붙는 종목이 있다. 하계올림픽의 꽃은 마라톤, 동계올림픽의 꽃은 아이스하키다. 전통적으로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이 동계올림픽 폐막 당일 마지막 경기로 치러진다. 그만큼 지구촌 스포츠팬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이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에는 주목할 이유가 더 있다. 우선 2014 소치 대회 이후 12년 만에 세계 최고 리그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의 출전한다. 이와 함께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갈등도 '빙판 위의 격투기'인 아이스하키의 흥미를 더하는 외부 요소다.
남자는 12개국이 참가한다. 2023년 기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랭킹 상위 8개국과 개최국 이탈리아가 올림픽에 직행했다. 나머지 3개국은 최종예선을 거쳤다. 캐나다, 스위스, 체코, 프랑스가 A조, 핀란드, 스웨덴,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B조, 미국, 독일, 라트비아, 덴마크 C조에 각각 속했다. 조별리그 각 조 1위 3개 팀과 조 2위 중 최고 성적 1개 팀 등 네 팀이 8강에 직행하고 남은 8개 팀은 플레이오프를 통해 8강 진출팀을 가린다. 이후 결승전까지는 토너먼트로 진행한다.
전문가들은 캐나다와 미국의 2파전을 전망한다. 우승 후보 0순위 캐나다에는 '차세대 황제' 코너 맥데이비드(29·에드먼턴)와 '살아있는 전설' 시드니 크로즈비(38·피츠버그)가 있다. 맥데이비드는 첫 올림픽 출전, 크로즈비는 세 번째 출전이다. 크로즈비는 앞선 두 차례 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상 모든 선수가 NHL 올스타급이다. 이에 맞설 팀이 미국이다. 'NHL 득점 기계' 오스턴 매슈스(28·토론토)와 잭 아이클(29·베이거스), 퀸 휴즈(26·미네소타) 등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다. 스웨덴과 핀란드도 언제든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으로, 핀란드는 직전 2022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여자는 10개국이 경쟁한다. IIHF 랭킹을 기준으로 2개 조로 나눴다. 상위 5개국(캐나다·미국·핀란드·체코·스위스)이 A조, 하위 5개국(일본·스웨덴·독일·이탈리아·프랑스)이 B조에 속한다. A조는 전원이, B조는 3개 팀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여자도 전통의 강호인 캐나다와 미국이 금메달 후보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1998 나가노 대회 이래 캐나다가 5번, 미국이 2번 금메달을 차지했다. 오히려 동메달을 향한 나머지 참가국의 경쟁이 더욱 볼거리다.
2월 14일(한국시간 15일 오전 5시)에 열릴 남자 아이스하키 C조 조별리그 경기가 의도치 않게 세계적인 관심 경기가 됐다. 그린란드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둔 덴마크가 격돌한다. 단순한 예선 한 경기를 넘어서 21세기 지정학적 갈등이 스포츠에 어떻게 투영될지 보여주는 경기가 될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덴마크 팬들 사이에선 "미국을 꺾는 것이 그린란드를 지키는 첫 번째 수비"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덴마크는 2003년 세계선수권에서 미국을 5-2로 꺾은 적이 있다. 물론 그때 딱 한 번 뿐이다. 역대 맞대결 전적에서는 미국이 8승1무1패의 절대우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