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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가 띄운 ‘설탕세’ 도입…의료비 억제·기업부담 확대 두고 논란 커질 듯

중앙일보

2026.01.28 00:35 2026.01.28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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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지역·공공의료 재투자 명목으로 이른바 ‘설탕 부담금’ 도입 이슈를 띄웠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설탕 부담금 관련 논의가 5년 만에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의료비 억제 효과와 기업·소비자 부담 확대 등을 두고 찬반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여러분 의견은 어떠냐”고 적었다. 그러면서 ‘국민 80%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이란 기사 내용도 공유했다.



설탕 부담금은 설탕(가당)을 많이 쓰는 식품에 세금이나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기는 걸 말한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도입을 권고한 뒤, 영국 등 120여 개국이 관련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도한 당 섭취에 따른 비만·당뇨 등 만성질환 문제를 줄인다는 취지가 깔렸다. 국내에서도 2021년 당류 음료 업체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발의를 계기로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식품업계·소비자 등의 반발로 무산됐고, 22대 국회 들어서도 법안 발의는 잠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 기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슈를 끌어올리자 국회도 범여권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르면 이번 주에 첨가당이 많이 들어간 음료에 '가당음료부담금'을 매기고, 이를 지역·필수·공공의료 사업 등에 활용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여기엔 설탕 섭취로 인한 국민 건강 문제와 그에 따른 대응 필요성이 커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인의 하루 당류 섭취량(1세 이상)은 57.2g으로 WHO 권고치를 초과했다. 특히 가당 주스·탄산음료 등에 노출된 10~18세 청소년은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64.7g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비만과 당뇨병 유병률은 2015년 33.2%, 9.4%에서 2024년 38.1%, 14.8%로 각각 올랐다. 이달 이뤄진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의 대국민 설문조사(한국리서치 의뢰) 결과, 10명 중 8명은 첨가당을 과다하게 쓰는 기업에 부담금을 매기는 데 동의했다. 구체적인 부과 대상으론 탄산음료 등을 많이 꼽았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당뇨 등의 질환은 혈당을 빨리 높이는 가당 식품 섭취 증가 같은 식습관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청소년 건강 관리 등에 대한 정책적 투자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하얀 설탕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의료계에선 설탕 부담금 도입 시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할 수 있고, 만성질환 예방에 따른 의료비 지출 억제도 가능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의대 교수)은 “개인의 자유에만 맡길 수 없는 설탕의 유혹을 해소하는 동시에, 추가 재원을 지역·공공의료 강화 등에 재투자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 글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본격적인 논의에 나서 부과 방식, 구체적 사용처 등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에게 오롯이 가격 인상 부담이 전가되고, 건강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반론도 크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설탕 부담금이 도입되면 기업은 소비자와 추가 비용을 나눌 수밖에 없다. 특히 설탕 함유 식품들은 소비와 가격이 비탄력적이라 수요가 줄진 않고, 국민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세금을 매기는 방식은 반짝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과도한 당이 들어간 탄산음료·빵 등의 접근성을 낮추는 비가격 정책을 추진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정부가 식품 기업들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는데, 설탕 부담금이 도입되면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서민 경제 부담과 정책적 실효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종훈.임선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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