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종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 빙판에서 실력을 겨루는 빙상과 스키와 스노보드, 스키점프처럼 설원에서 펼쳐지는 설상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설상을 조금 더 세분화하면 썰매 종목이 등장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그리고 아직은 생소한 루지다.
루지는 머리를 뒤에 두고 누워서 타는 썰매 종목이다. 윤성빈을 통해 알려진 스켈레톤은 머리를 앞에 두고 엎드려서 타는 방식이라 루지와는 정반대다. 루지는 출발할 때 썰매에 앉은 상태에서 벽에 고정된 손잡이와 바닥을 어깨와 팔, 손으로 밀며 추진력을 만든다. 몸의 하중이 제대로 실려 썰매 종목 중 속도가 가장 빠르다. 선수들은 평균 시속 130~150㎞로 얼음 트랙에서 경쟁한다.
루지는 1964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남자 1인승과 2인승, 여자 1인승이 있고, 2014년 소치 대회부터 팀 계주가 추가됐다. 이번 대회에는 여자 2인승도 신설됐다. 1인승 선수는 이틀에 걸쳐 총 네 차례 레이스를 펼쳐 합산한 시간이 빠를수록 높은 순위에 오른다. 1000분의 1초까지 따진다. 2인승은 하루에 진행된다. 두 차례 레이스를 통해 순위를 나눈다. 팀 계주는 한 국가에서 남녀 1인승과 남녀 2인승의 결과를 종합하는 방식이다.
루지 최강국은 독일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2개를 쓸어 담았다. 은메달과 동메달도 12개와 9개나 된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선 금메달 4개 중 3개를 따냈고,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선 금메달 4개를 싹쓸이했다. 독일 특유의 기술력이 반영된 결과다.
루지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를 꼽으라면 ‘루지 황제’라고 불리는 펠릭스 로흐를 들 수 있다. 역시 독일 출신으로 동독 루지 국가대표를 지낸 아버지(노르베르트 로흐)를 따라 자연스럽게 썰매를 탔다. 세계 최고의 루지 훈련 환경을 갖춘 독일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성장해 주니어 시절부터 금메달을 휩쓸었다. 2009년에는 주행 도중 시속 153.9㎞를 찍어 세계 최고 속도 기록도 세웠다. 금메달을 3개나 보유한 로흐는 5번째 올림픽을 유종의 미로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한국 루지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번 대회 출격이 불투명했다. 2014년 소치와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에선 4개 종목(남녀 1인승, 남자 2인승, 팀 릴레이) 모두 나섰지만, 최근 진행 중인 세대교체가 더뎌지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13일 희소식이 날아왔다. 여자 1인승 정혜선(31·강원도청)이 극적으로 올림픽 쿼터를 확보했다는 낭보였다.
평창과 베이징 대회를 앞두고 연달아 부상이 찾아와 좌절했던 정혜선은 “여전히 생애 첫 번째 올림픽 출전이 실감 나지 않는다. 무려 12년을 기다린 올림픽이다. 어렵게 나서게 된 만큼 후회 없이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