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은 28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적인 관세 재인상 선언과 관련해 “메시지 직후 미 국무부와 접촉해 확인한 결과,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우리 정부의 쿠팡 제재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에 대한 불만을 통상 압박으로 표출한 것 아니냐”는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조 장관의 답변은 국회가 대미 투자의 법적 근거가 되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지연하고 있는 게 트럼프가 관세 재인상을 거론한 주된 원인이지, 쿠팡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 입법부가 미국과의 거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하루 만인 이날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협상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조 장관은 트럼프의 메시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어떤 특별한 이유를 특정키가 어렵다”며 “그런 이유에서 트럼프도 추가 메시지를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또 “금방 불과 며칠 되지 않아서 새로운 메시지가 나오고 이런 것이 미국 정부의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번 관세 인상 조치가 이재명 정부의 쿠팡 사태 처리 방식 때문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안철수 의원은 중대 사고 발생 전 수많은 징후가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거론하며 “2주 전에 미국에서 서한이 왔지 않나. 관세 인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작은 사건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제임스 헬러 대사대리가 지난 1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제1수신자로 보낸 서한을 거론한 것이다. 해당 서한에는 양국 정상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팩트 시트에 담긴 “미국 빅 테크의 국내 사업 영위를 국내 기업과 차별하지 않는다”는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당시 수신 참고인에는 조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국민의힘의 서한 공개 요청을 거부하면서도 “서한은 하인리히 법칙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관세 이야기가 없는 다른 내용이었다”고 반박했다.
조 장관은 서한을 “지난 14일 (청와대와 총리실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도 설명했다. 이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관련 내용을 인지한 뒤 미국을 방문(22일~26일)해 J.D. 밴스 미 부통령과 만났다는 뜻이 된다.
그러자 야권의 공세는 김 총리의 방미 성과로 향했다. 김 총리가 귀국 직후 강조한 밴스 부통령과의 ‘핫라인’ 구축에 대해 김기현 의원은 “핫라인이 아니라 아무 작동도 안 하는 ‘핫바지 라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사진찍기용 명함 외교”란 비난도 덧붙였다.
여야는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의 법적 절차를 두고도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막대한 세금 투입에 따른 국민 부담을 이유로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수”(김기현 의원)라고 재차 주장했다. 조 장관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라 비준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수차례 논리적·합리적으로 설명해 다 설득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이 말씀을 하시니 좌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비준을 고집하는 국민의힘이 오히려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이재정 의원)고 책임의 화살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한편 이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주장한 한국 무인기 침투 사건 수사와 관련해 “내란 잔당 세력의 준동 행위일 수 있다는 점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민간인 몇 사람의 돌출 행동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훼손하려는 기도가 있는지를 두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군·경 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는 북한이 무인기를 날린 혐의를 받는 3명을 조사 중인데, 2명은 2022년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 장관은 9·19 군사합의 복원 문제와 관련한 질의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협의를 통해서 비행금지구역 설정 복원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협의가 이루어진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