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전모(31)씨는 28일 손실을 보던 코인 계좌를 청산하고 코스닥 상장지수펀드(ETF)에 전액을 넣었다. 코스피 5000 달성 직전 ‘코스피 다음은 코스닥’이라는 판단에 KODEX 코스닥 150을 매수했는데 더 오를 것 같아 추가로 매수한 것이다. 전씨는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소식을 듣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개별 종목을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무난한 ETF를 사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8일 코스피는 사상 최고가를 또다시 경신한 삼성전자ㆍ하이닉스의 상승세에 힘입어 전 거래일보다 1.69% 오른 5170.81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초로 종가 기준 5000을 넘긴 지 하루 만에 5100을 뚫고 5200선에 근접했다. 코스닥도 바이오ㆍ배터리ㆍ로봇업종의 상승세 덕에 4.7% 뛴 1133.52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이같은 코스피ㆍ코스닥 불장에 ETF 투자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개별 종목 대비 변동성이 낮고,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 증시에서 개별 종목들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상승 피로감이 커지자, 단일 종목 대신 지수 전체에 베팅해 변동성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날 국내 최초 ETF인 KODEX 200이 전날 기준 순자산 14조3937억원을 돌파하며 전체 ETF 시장 순자산 1위 상품에 등극했다고 밝혔다. 서학개미 덕에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TIGER 미국S&P500을 제친 것이다. KODEX 200 순자산은 올해 들어서만 2조6969억원 증가했다.
거래도 활발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1136억원으로, 지난해 12월 23일(6조1656억원) 대비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1년 전 같은 날(3조1509억원)과 비교하면 약 4.5배로 늘어난 규모다.
특히 최근에는 코스닥 ETF에 개인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코스피에 올라탈 타이밍을 놓친 이른바 ‘늦깍이 개미’의 포모(FOMO) 심리가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코스닥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이 종가 기준 1000을 넘어선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개인의 코스닥 관련 ETF 순매수액은 3조2420억원으로 전체 개인 ETF 순매수액(4조4683억원)의 약 73%를 차지했다.
특히 상품별로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코스닥150 지수의 하루 등락 폭을 2배로 추종하는 ETF)가 KODEX 코스닥150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레버리지 ETF 거래를 위해서는 금융투자협회의 온라인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26일엔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며 사이트가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ETF는 특정 종목 하나를 사는 게 아니라,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사는 효과가 있어 시장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면서도 “다만 시장이 꺾여 ETF를 팔기 시작하면, 충격이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3조2500달러로, 3조2200억달러인 독일 증시 시총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시총 기준으로 대만에 이어 세계 10위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