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6일부터 프로농구(KBL) 울산 현대모비스를 상대하는 팀들은 조금 특별한 경기를 치르게 된다. 바로 현대모비스의 살아있는 전설, 포워드 함지훈(42·1m98㎝)의 은퇴 투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함지훈은 지난 27일 “2025~26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난다”며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은퇴 투어는 리그에 큰 족적을 남긴 레전드 선수가 10개 구단 코트를 돌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예우의 장이다. 원주 DB의 ‘원클럽맨’이었던 김주성(현 DB 감독)에 이어 함지훈이 역대 두 번째 주인공이 됐다.
1984년생으로 올해 만 42세가 된 함지훈은 KBL 최고령 현역 선수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0순위로 입단한 뒤 18시즌 동안 오직 현대모비스 한 팀에서만 뛰며 통산 8338득점, 839경기를 소화했다. 그는 주목받는 것을 쑥스러워하는 성격 탓에 은퇴 투어를 한사코 고사했었다. 스스로 “그럴 만한 급의 선수가 아니다”라며 몸을 낮췄지만, 가족들 특히 커가는 아이들에게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남겨주고 싶었고 후배들에게도 한 팀에서 묵묵히 헌신하면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이정표가 되고 싶어 마음을 돌렸다. 그의 공식 은퇴식은 4월 8일 창원 LG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에서 열린다.
단순히 오래 뛴 것만이 그의 가치는 아니다. 함지훈은 명장 유재학 감독, 특급 가드 양동근(현 현대모비스 감독)과 함께 ‘현대모비스 왕조’를 구축하며 무려 다섯 차례나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2009~10시즌에는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MVP를 동시에 석권하며 리그 최고 빅맨의 자리에 우뚝 서기도 했다.
함지훈은 빅맨치고 키가 큰 편도 아니고 기술이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정확한 슛과 탄탄한 기본기, 그리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탁월한 농구 지능(BQ)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골밑에서 화려한 덩크슛 대신 영리한 피벗과 패스로 수비를 무력화하는 모습은 NBA 전설 팀 던컨과 꼭 닮아 팬들은 그를 ‘함던컨’이라 불렀다. 함지훈은 “성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변함없이 응원해 준 팬들 덕분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라며 모든 공을 팬들에게 돌렸다.
현대모비스의 영광을 함께했던 양동근 감독은 이제 사령탑으로서 옛 동료이자 제자인 함지훈의 ‘라스트 댄스’를 배웅한다. 양 감독은 “사실 지훈이는 몇 년 전에 은퇴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마흔이 넘는 나이에도 팀에 남아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어줘 고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한결같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그를 두고 ‘함한결’이라는 새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함지훈 역시 “제 농구 인생을 요약하는 그 표현이 참 마음에 든다. 팀에 꼭 필요했던 선수라는 평가면 충분하다. 신인 때부터 내 목표는 늘 그거 하나였다”고 화답했다. 그는 화려한 스타플레이어이기보다 팀의 공백을 메우고 동료들을 살려주는 ‘조각’ 같은 선수가 되길 원했고, 실제로 18년간 그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 냈다. 통산 어시스트 부문에서 빅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패스하는 빅맨’의 정석을 보여줬다.
물론 마지막 시즌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양 감독이 처음 부임한 올 시즌, 현대모비스는 13승 22패로 8위에 머물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함지훈은 이제 고된 훈련과 몸싸움에서 해방된다는 점에 시원섭섭해하면서도, 동료이자 스승인 양 감독에게 우승 반지를 하나 더 안겨주지 못하고 떠나는 점에 미안함을 내비쳤다. “동근이 형이랑 우승 반지 여섯 개를 차고 은퇴하고 싶었는데 그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코트를 지켰던 ‘함던컨’의 마지막 여정에 농구계의 뜨거운 박수는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