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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ESS 글로벌 패러다임과 K배터리의 전략적 선택

중앙일보

2026.01.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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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수 가천대 화공생명배터리공학부 교수
AI 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와 재생에너지 변동성 관리 필요성이 맞물리며, 에너지 저장장치(ESS)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ESS 배터리는 가격·수명·안전성 등이 핵심이다. 고정 설치 방식이므로 무게와 부피는 큰 제약이 되지 않는다. 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글로벌 ESS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결정적 요인이다. LFP는 원가 경쟁력이 우수하며, 4000회 이상 충·방전 사이클이란 긴 수명을 자랑한다. LFP 수요 및 시장 확대 추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LFP의 높은 화재 안전성은 결정구조 안정성에서 비롯된다. 인산철 기반 올리빈(Olivine) 구조는 열적으로 안정적이며, 열폭주 개시 온도가 삼원계(NCM/NCA) 배터리보다 높다. LFP는 열폭주 발생 시 인접 셀로의 열전파도 삼원계 대비 느리게 진행된다. 수천 개의 셀이 집적된 ESS 환경에서 LFP의 안전성이 우수한 이유다.

ESS 화재 안전성을 배터리 화학만의 문제로 볼 순 없다. 열전이 차단 기술, 액침냉각 시스템, 고도화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통합 설계 등이 필수다. 다만, 국내 발생 ESS 화재 대부분이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리 체계 고도화와 더불어 LFP로의 전환이 ESS 안전성 확보의 출발점인 셈이다.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중국의 ESS 시장 장악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ESS 시장에서 중국 CATL의 점유율은 30%를 넘지만,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10%에 못 미친다. 이러한 이면에는 국내 기업들의 LFP 전환 지연이 자리한다. 다행히 지금이 전략 전환의 적기다. 트럼프 행정부의 탈중국 정책으로 중국산 ESS 배터리 관세는 최대 48.4%로 올랐다. 이는 국내 기업들에 미국 시장 진입의 골든 타임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LFP 소재를 글로벌 공급망, 특히 중국에 의존한다. 국내 LFP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소부장을 아우르는 완전한 국산 공급망 구축이 필수다. 다행히 중앙계약시장 평가 기준에 공급망 요소를 반영하는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강화해 배터리 국내 생산 및 국산 부품·원자재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명확히 해야 한다. 초기 단계 국산 LFP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공공 프로젝트가 ‘생태계 육성의 촉매’로 작동해야 한다.

LFP 없이는 글로벌 배터리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국내 LFP 생태계 육성과 트랙 레코드 확보로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극복해야 할 시점이다.

윤문수 가천대 화공생명배터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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