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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의 시시각각] ‘빙공영사’에 놀란 친명

중앙일보

2026.01.28 07:30 2026.01.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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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논설위원
“의도한 게 아니면 궁합이 안 맞는 거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친명(이재명)계 의원이 정청래 대표에 대한 경계심을 필자에게 나타냈다. 그가 의도를 의심한 일은 지난 22일 정 대표의 조국혁신당 합당 발표. 주가지수 5000을 달성한 정부의 호재가 정치 뉴스에 덮였다고 본 친명계는 정 대표가 야속했을 것이다. 설마 축제를 망치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을 테니, 그렇다면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의 궁합에 문제가 있다는 ‘원초적 의심 본능’에 도달한 것이다. 정 대표에 대한 친명계의 근본적인 불신을 표출한 완곡 화법인 셈이다.

정청래 합당 발표에 분노 폭발
대표 연임 노린 ‘빌드업’ 의심
공익 빙자한 사심이 갈등 키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에게 합당을 제안하고 있다. 뉴스1

최근 친명계는 정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못 미더워 한다. 당의 공익적 목표를 빙자해 사적인 자기 정치를 꾀하는 ‘빙공영사(憑公營私)’로 보는 것이다. 오는 8월 당 대표에 연임하려는 ‘빌드업’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전격적인 합당 발표에 친명계 최고위원(이언주·강득구·황명선)들이 “조국혁신당 지도부에는 미리 알렸으면서 민주당 최고위원들에게는 발표 20분 전 통지로 끝냈다”고 분노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청와대와 조율했다”는 정 대표의 말에는 “정 대표가 대통령과 논의한 바 없다”며 ‘대통령팔이’라고도 했다.

청와대는 일단 거리를 두고 있다. “사전에 논의된 것이 없다”(강유정 대변인)고 했다가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론”(홍익표 정무수석)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미묘하다. 이후 정 대표의 경쟁자로 평가받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인터뷰에서 “발표 방식이나 시기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고 말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친명계의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 대표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APEC의 성과를 누려야 할 타이밍에 재판중지법을 추진해 찬물을 끼얹었고, 당원 주권 시대라는 키워드로 1인 1표제를 추진해 당권 장악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궁합이 맞지 않는’ 상황이 누적됐다가 조국혁신당 합당 발표가 트리거가 된 상황이다. 지난 19일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만찬을 하며 갈등설을 잠재웠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반명입니까”라고 묻고, 정 대표가 “우리는 모두 친명이고 친청(청와대)입니다”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금 보니 서로 뼈 있는 농담을 했던 셈이다.

전격적인 합당 발표로 6월 지방선거와 8월 전당대회의 유불리까지 계산해야 할 상황이 되자 계파는 물론 족보와 궁합까지 따지게 된 것이다. 화석이 된 줄 알았던 모든 갈등 바이러스는 되살아날 것이다.

일촉즉발의 위기는 이해찬 전 총리 애도 기간으로 잠시 휴전 상태다. 정 대표는 지난 26일 위험 신호를 의식한 듯 ‘애도 기간 중 언행 주의, 정쟁적 논평 자제’ 등의 지시를 내렸다. 같은 날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의 총회가 연기되지 않았더라면 ‘정쟁적 언행’은 분출했을 것이다. 더민초에선 “장례가 끝난 뒤엔 전쟁”이라는 말도 나온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정 대표 말은 안 믿는 분위기라고 한다. 앞서 “절차적 정당성 없는 독단적 합당 추진”이라는 반대 성명도 발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왼쪽)가 지난해 11월 5일 방송된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모습. 유튜브 캡처
친청 유튜버 김어준씨도 친명계의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그가 설립한 여론조사 기관(여론조사꽃)이 차기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를 제외해 달라는 총리실 요청을 거절한 게 뒷말을 낳고 있다. 김 총리의 당 대표 출마를 막으려고 시장 후보에 김 총리를 넣는다는 주장에 김씨는 “너무 유치해서 무시할 이야기”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선 김씨가 당권은 정청래, 대권은 조국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는 음모론이 돈다.

조국혁신당의 청구서까지 더해지면 범여권의 계파 갈등은 더 첨예해질 것이다. 공적인 명분을 빙자해 벌어질 수 싸움을 생각하니 벌써 뒷골이 쑤신다.





김승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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