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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끝이 없다” 만족 몰랐던 ‘단색화 거장’

중앙일보

2026.01.28 07:33 2026.01.2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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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작가가 28일 별세했다. 사진은 2014년 갤러리현대 개인전 당시 모습. [사진 갤러리현대]
단색화의 거장 정상화 작가가 28일 오전 3시 40분 별세했다. 94세.

고인은 2023년 세계적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화가로서 하고 싶은 거 다 했어요. 그런데 조금 더 잘해야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아요. 만족이란, 완성이란 있을 수 없어요. 예술이란 뭐랄까, 끝없는 것을 시작한다. 내가 끝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것을 한다….” 그는 만족을 모르던 완벽주의자였다.

정상화는 1932년 경북 영덕에서 3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마산중 2학년 때 미술반에 들어가 석고 데생을 접한 게 시작, 3학년 때 경상남도 학생미술전람회에서 1등 상을 받았다. 고교생 신분으로 문신·최영림 등이 참여한 제1회 마산미술전에 출품, 마산 최초 미술 단체인흑마회의 일원으로도 활동했다. 피란지 부산에서 운영되던 서울대 미대에 1953년 입학했고, 1957년 인천사범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대 전위 미술의 흐름을 주도하던 ‘현대미협’과 ‘악튀엘’의 주축 멤버로 전후의 상실·불안·두려움의 정서를 비정형의 앵포르멜식 회화로 구현했다. 1962년 서울중앙공보관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이듬해 건축가 김중업의 기획으로 프랑스 파리 랑베르 갤러리에서 박서보·김종학·권옥연과 한국 청년작가 4인전에 참여했다. 1967년 파리, 1969~77년 일본 고베에서 활동하며 격자 구조의 모노크롬 회화를 완성했다.

그의 격자 추상 작업은 캔버스 천을 잘라 틀에 메고, 고령토를 바르고, 굳히고, 또 바르고, 굳히고, 캔버스를 다시 틀에서 벗겨 수직·수평으로 접었다 펴 균열을 일으킨 뒤 들어내고 메우고 물감을 겹쳐 바르기를 반복하며 깊이와 공간감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비슷한 듯해도 어느 하나 같지 않은 그의 그림은 과정이 곧 작품이자 살아온 여정의 시각화다.

1977~92년 파리에서 활동 후 영구 귀국,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며 경기도 여주 작업실에 틀어박혀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2015년 10월에는 그의 작품 ‘무제 05-3-25’이 11억4200만원에 낙찰돼 이우환에 이어 두 번째로 생존 작가 중 작품 가격이 10억원이 넘는 ‘10억원 클럽’에 속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은 30일.





권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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