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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사·감독 공무원 마구 늘려서 뒷감당되겠나

중앙일보

2026.01.2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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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동부·공정위·국세청 등 올해만 2550명 증원



공공부문 비대화 접고 민간 고용환경 개선해야


이재명 정부 들어 중앙 행정부처와 산하 공기업에서 인력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국민의 행정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는데도 인력이 부족해 불가피하다는 논리지만, 단기간에 공공부문 인력을 대폭 늘릴 경우 두고두고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특히 규제 부처의 수사·감독 관련 공무원을 많이 늘리는 추세인데, 이는 민간의 자율성을 위축시키고 공공부문의 효율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올해 증원이 확정된 중앙부처 공무원 규모는 2550명인데, 고용노동부·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부처에 집중됐다. 노동부의 경우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지위를 갖는 근로감독관을 2000명 증원한다. 기존 3000명의 약 66%를 단기간에 확충하는 셈이다. 아무리 산업재해 엄벌을 외치는 ‘노동 친화 정부’라지만 감독 조직이 이렇게 비대해지면 단속 실적을 채우기 위한 무리한 행정이 남발될 수 있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올해 167명을 늘리기로 했는데, 이는 전체 조직(약 700명)의 약 25%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국세청이 기간제 체납관리단 인력을 4000명 증원하겠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소심하다”고 질책하면서 “1만~2만 명도 가능하다”며 대폭 증원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감독원 특사경 증원에 대해서는 인지수사권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주가 조작은 패가망신”이라는 이 대통령의 거듭된 발언에 이어 나온 것으로 금감원이 주가 조작이나 기업 회계 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검사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직접 인지수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금융위가 우려하듯 공권력 남용으로 이어질 소지를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규제 공무원을 대규모로 늘리는 것이 과연 국민 생활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 의문이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높은 청년 실업률을 고려해 올해 공공기관 정규직을 지난해보다 4000명 늘려 2만8000명을 채용하겠다면서 2020년 이래 최대 규모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엔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재정에 부담을 안기게 된다. 올해 공무원 총인건비만 해도 5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행정서비스 수요는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원 늘리기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대응하면 뒷감당이 되겠나. 인공지능(AI)을 최대한 활용하고, 재교육을 통한 기존 인력 재배치 등 효율화 방안을 먼저 고민하는 것이 순리다. 공무원은 신분을 보장받아 해고가 어려운 만큼 한번 뽑을 때 최대한 신중해야 마땅하다. 즉흥적으로 단기간에 공무원·공기업 정원을 늘릴 일이 아니다. 정부는 공공부문을 비대하게 키울 생각을 접고, 민간 부문의 고용 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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