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징역 1년8개월 형이 선고됨으로써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영부인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고 질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우인성)의 판결문은 준엄했다. 김 여사가 끝까지 안 받았다고 했던 그라프 목걸이도 여러 가지 증거를 토대로 받은 게 맞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징역형은 김건희 여사에게 내려졌지만 부끄러움은 국민 모두의 몫이었다. 이 같은 참담한 경험은 우리 헌정사에서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
어제 판결에서 주목받은 것은 구형량(15년)보다 선고 형량(1년8개월)이 훨씬 낮았다는 점이다. 공소장에 기재된 여러 혐의 가운데 많은 부분이 무죄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무리한 특검 수사를 통해 작은 의혹을 침소봉대한 것을 재판부가 바로잡은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판결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김 여사가 억울하다고 주장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가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무죄로 판시했지만, 이는 특검의 공소장에 기재된 공동정범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며, 만일 주가조작 방조범으로 함께 기소했다면 유·무죄 판단이 달라졌을 수 있다. 이 부분은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다시 판단을 받게 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또한 주가조작 혐의의 일부 행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이 내려졌는데, 이는 김 여사에 대한 ‘늑장 수사’와 ‘봐주기 수사’ 탓이 크다.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봤고, 권력자는 검찰에 유무형의 압력을 넣은 결과인 것이다. 일부 알선수재 혐의에서 무죄가 나온 부분도 김 여사의 행위 자체에 대한 면죄부를 내렸다기보다는 재판부가 증거와 법리에 대한 판단을 엄격하게 한 결과에 가깝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구형에 비해 낮아진 판결 형량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엄격한 잣대로 증거 판단과 법리 적용을 해 내린 재판부의 판결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여당이 낮은 형량에 불만을 표시하며 재판부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사건 1심에서 구형량(15년)보다 높은 형량(23년)이 나왔을 때 보인 태도와 정반대 아닌가.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원을 몰아세우며 사법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명분으로 삼는 건 편의적 해석의 차원을 넘어 사법부에 대한 외압을 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설사 1심 판결에 불만이 있더라도 상급심 재판을 차분히 지켜보는 게 마땅하다. 김 여사에겐 ‘매관매직’ 혐의와 통일교 관련 재판도 더 남아 있다. 법원은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