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유엔사 “DMZ법, 정전협정에 정면충돌” 초유의 설명회

중앙일보

2026.01.28 07:4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정부 일각과 여당에서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승인 없이 비무장지대(DMZ)를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DMZ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 유엔사가 28일 “DMZ법이 통과되면 이는 정전협정에 대한 정면 충돌(direct conflict)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입장 표명 자제를 원칙으로 삼는 유엔사가 특정 사안에 대해 이처럼 강도 높은 우려를 표명한 건 이례적이다.

복수의 유엔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기지 드래곤힐로지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DMZ법이 통과되면 법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한국 정부가 정전협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만약 한국 정부가 유엔사의 승인 없이 DMZ 내 민간인 출입을 허가한다면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 자체를 꺼려 온 유엔사가 ‘위반’, ‘충돌’ 등의 용어로 사실상 DMZ법을 반박한 셈이다. 다만 유엔사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관한 것이나 DMZ법에 대한 우려 표명도 아니며, 정전협정 등 법적 해석에 관한 문제”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정전협정과 DMZ법이 충돌할 소지”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은 “군사정전위의 특정한 허가를 얻고 들어가는 인원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도 DMZ에 들어감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DMZ법이 통일부 장관 등 한국 정부에 임의로 DMZ 출입 허가권을 부여하려는 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게 유엔사의 입장이다.

다른 유엔사 관계자는 “DMZ 남측 지역이 대한민국의 주권적 영토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1953년 한국 정부는 정전협정을 적용받기로 주권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은 지난해 조원철 법제처장이 유엔사 관계자들을 비공개 면담했을 때 조 처장도 동의한 부분이라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DMZ 남측 지역에 대해 한국 정부가 주권을 행사해 유엔사의 관할권을 빼앗아 갈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정전협정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게 되고, 한국이나 유엔사뿐 아니라 다른 이해 관계자들까지 심각한 여파(significant consequences)를 초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엔사는 “(DMZ법이) 언론 보도가 되기 전에 협의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도 했다.

또 다른 유엔사 관계자는 “DMZ 내부에서 어떤 사건이 양측 간 적대 행위로 귀결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닌 유엔사 사령관에게 있다”면서 유엔사의 권한뿐 아니라 관리 책임도 부각했다. 그는 책자로 만든 정전협정을 들어보이며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명시적으로 대체되기 전까지 효력을 유지한다”며 “평화적 합의(평화협정)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유정([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