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도 재미교포 클로이 김(26)은 빅스타다. 미국 야후스포츠 등 주요 외신들은 올림픽 10대 관전 포인트 중 1위로 그의 3연패 여부를 꼽을 정도다. 하지만 미국의 기대를 산산조각 낼 강력한 대항마가 등장했다. 바로 한국 스노보드의 희망, 최가온(18·세화여고)이다. 두 선수의 대결은 단순한 신구 조화를 넘어, 여자 스노보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 전쟁이 될 전망이다.
다음 달 11~12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현재 기세만 보면 최가온이 한 발 앞서 있다. 최가온은 지난달부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파죽의 3연속 우승을 했다. 반면 2018 평창과 2022 베이징 올림픽을 제패하며 ‘언터처블’로 불렸던 클로이 김은 올 시즌 아직 우승 소식이 없다. 게다가 이달 초 어깨 부상까지 당해 컨디션이 100%가 아니다.
하프파이프는 U자 모양의 반 원통형 슬로프를 가로지르며 공중회전과 점프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심판들은 도약 높이와 기술의 난이도, 완성도는 물론 얼마나 다양한 기술을 조합하느냐를 종합해 점수를 매긴다. 기술 이름이 조금 어렵지만, 최가온의 주무기를 이해하면 이번 올림픽의 승부처가 어디인지 명확해진다.
오른손잡이인 최가온은 왼발을 앞에 두고 타는 ‘레귤러’ 포지션이다. 그의 시그니처는 14살 때 이미 마스터한 ‘스위치 백사이드 900(스위치 백 나인)’이다. 진행 방향을 거꾸로 뒤집어(스위치) 등을 진 채로(백사이드) 공중에서 두 바퀴 반(900도)을 도는 고난도 기술이다. 최가온은 “백 나인은 여자 선수 톱5 안에서도 구사하는 선수가 드물고, 남자 선수들도 이 기술로 주행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최가온은 올림픽 필살기로 반 바퀴를 더 도는 ‘스위치 백사이드 1080(스위치 백 텐)’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김준호 JTBC 해설위원은 “최근 FIS가 ‘스위치 백사이드와 앨리웁(진행 방향과 반대로 도는 기술)을 넣어야 높은 점수를 주겠다’며 최가온에게 유리한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최가온에게 ‘공포’라는 단어는 없다. 사실 그는 2년 전 1080도 회전을 연습하다 척추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해 세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으나 보드 위로 돌아온 그의 점프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 최가온의 가장 큰 장점은 보통 여자 선수들의 두 배에 달하는 ‘최대 5m’의 폭발적인 점프력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 정도 높이로 날아오르는 선수는 최가온과 클로이 김, 딱 두 명뿐이다.
물론 전설 클로이 김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의 주무기는 비스듬한 회전축을 이용해 세 바퀴를 도는 ‘캡 더블콕 1080’이다. 이미 작년에 세 바퀴 반을 도는 ‘1260’ 기술을 거의 완성했고, 최근에는 연습 현장에서 네 바퀴(1440도) 회전까지 성공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들려온다. 김 위원은 “베이징 때까지 클로이 김이 실력의 80%만 써도 우승했다면, 이제는 100%를 쏟아부어야 대등한 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운명의 예선은 11일, 결선은 12일에 열린다. 하프파이프는 예선 1위를 차지하면 결선에서 가장 마지막 순서로 출발하는 특권을 얻는다. 앞선 경쟁자들의 점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더 높은 난이도의 기술을 던질지, 아니면 안정적인 기술로 굳히기에 들어갈지 결정하는 ‘눈치싸움’과 심리전이 결전의 백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