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대(對)한국 관세 원상복구’ 선언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미국 테크기업 규제 움직임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는 한·미 무역 합의 이행의 근거가 되는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처리 지연을 문제 삼았지만, 이면에는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대우 논란과 온라인플랫폼법 등 디지털 규제 움직임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와 조사에 대해 한국에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J 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3일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회동에서 쿠팡을 비롯한 미국 테크기업에 불이익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 쿠팡과 같은 테크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서 의미 있는 완화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고 한다. 특히 “밴스 부통령이 명시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테크기업에 대한 조치가 지속될 경우 한·미 무역 합의가 흔들리고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김 총리는 지난 23일 부통령 회담 직후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밴스 부통령이 미국 기업인 쿠팡이 한국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물어 개인정보 유출 건에 대해 설명했다. 부통령은 이해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부통령이 품었던 의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결과가 26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원상복구’ 선언으로 이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날 “밴스 부통령과의 회담은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김 총리는 정확한 상황을 공유하고 (쿠팡에) 차별적 대우가 아님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부통령이 쿠팡에 대해 차별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총리의 방미 기간 미 측이 주요 외빈을 보호하는 국무부의 외교경호실(DSS) 경호를 제공하지 않은 사실도 파악됐다. 28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김 총리가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DSS 요원들이 김 총리를 경호하지 않았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미 측은 통상 DSS 경호는 외교장관에게 제공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타국 정상에게는 미 대통령을 경호하는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의 경호가 제공되지만, 김 총리는 정상은 아니기 때문에 SS 요원 경호도 없었다는 것이다.
국무부 조직 DSS는 국무부 고위 관료 등 외교 요인과 자산, 정보 보호가 주된 임무다. 통상 한국 외교장관의 방미 시 DSS 요원들이 근접 경호를 맡는다. 이와 관련, 총리실 관계자는 “의전이나 경호에서 어떤 불편함도 없었다. 각별한 의전과 특별한 배려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외교장관에게도 제공하는 경호를 총리에게 제공하지 않은 배경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한국 국무총리의 단독 방미 전례가 거의 없어서일 수도 있다. 다만 미 국무부는 DSS 요원의 국내 임무에 대해 ‘국무장관 및 방미하는 외국의 고위 관리 경호’로 설명하고 있다. 총리도 대상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18년과 2019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방미했을 때는 DSS 요원들이 근접 경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