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통일교·명태균 의혹으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1심에서 징역 1년8개월을 선고받았다. 3대 의혹 중 통일교 측에서 샤넬백과 그라프 목걸이를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만 유죄가 인정됐다. 김 여사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반 실형을 받는 초유의 상황이 현실화됐다. 반면에 특검 구형량인 15년형의 10분의 1 수준의 선고 형량을 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체포방해·징역 5년), 한덕수 전 총리(징역 23년) 등 중형을 선고한 최근 법원 추세에서 “예상을 깬 판결”이란 반응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우인성)는 28일 오후 2시10분 김 여사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8개월과 함께 1281만5000원 추징을 선고했다. 그라프 목걸이는 몰수했다. 우 부장판사는 “김 여사는 영부인의 지위를 영리 추구 수단으로 오용했다”며 “통일교 청탁과 결부된 고가 사치품을 수수해 치장에만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직접 금품을 요구한 적이 없고 일부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명태균 공짜 여론조사(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은 앞서 검찰이 4년6개월간 수사 끝에 2024년 10월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 뒤 ‘봐주기 논란’ 끝에 특검법이 통과되는 등 12·3 비상계엄 선포의 발단으로 꼽히는 사건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인식했더라도 시세조종 세력이 피고인을 공범으로 여기며 함께 범행을 수행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측과 수익금 정산 때 작전세력의 일방적인 블록딜 매각에 항의하는 등 “공모관계 밖의 외부자”라고 하면서다. 또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일부 기간에 이뤄진 행위에 대해선 면소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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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구형 10분의1 수준
…주가조작 방조 혐의는 판단 안했다
재판부는 다만 방조 혐의에 대해선 “(특검이 기소하지 않아) 공방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이 사건 주범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주 손모씨는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이에 특검이 김 여사를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추가 기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남편인 윤 전 대통령과 함께 20대 대선 때인 2021~2022년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58회에 걸쳐 2억7000만여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혐의도 무죄로 봤다. “윤 전 대통령 부부만을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제공해 재산상 이익을 준 게 아니라 명씨가 원래 정기적으로 하던 여론조사를 여러 사람에게 영업을 위해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론조사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약속했다는 것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명태균 공짜 여론조사 사건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 재판과 직결된다.
또 명씨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10회에 걸쳐 여론조사를 받고 측근에게 비용 3300만원을 대신 내도록 했다는 혐의로 오 시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무죄 판단 근거로 “여론조사 관련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묵시적 계약을 체결한 증거도 없다”며 “여론조사 관련 지시를 받은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백 2점과 그라프 목걸이 1점 등 8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2022년 7월 1271만원 상당의 샤넬백 1점과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 수수만 청탁의 대가성을 인정해 유죄로 봤다. 2022년 4월 받은 802만원 상당의 샤넬백 수수 때는 윤 전 본부장과 김 여사 통화 내용 등 청탁이라고 볼 만한 것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권력자든, 권력을 잃은 자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을 언급하면서 헌법 103조(법관의 양심)에 의거해 증거에 따라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김건희특검팀은 이날 1심 선고가 구형량인 징역 15년과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864만원에 크게 못 미치자 즉각 항소하겠다고 반발했다. 특검팀은 입장문에서 “무죄 부분 관련 법원의 주가조작 공동정범 판단, 정치자금 기부 관련 판단, 청탁 관련 판단 등은 법리적·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며 “유죄 부분의 양형 판단도 매우 미흡해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 주가조작 방조 혐의의 경우 축소 사실이라 재판부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비겁하게 보류했다”고 비판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서 공모를 인정하지 않은 건 간접증거들만 제시돼서 그런 것 같다. 특검의 입증 정도에 따라 2심에서 형량이 확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여사는 판결 이후 남부구치소에서 변호인 접견을 통해 “오늘 재판부의 엄중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그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 다시 한번 저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