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2~26일 미국에 방문했을 당시 미 측이 주요 외빈을 보호하는 국무부의 외교경호실(DSS, Diplomatic Security Service) 경호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관련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김 총리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 DSS 요원들이 김 총리를 경호하지 않았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미 측은 통상 DSS 경호는 외교장관에게 제공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미국에 방문하는 국가 정상에게는 미 대통령을 경호하는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의 경호가 제공되지만, 김 총리는 정상은 아니기 때문에 SS 요원들의 경호도 없었다는 것이다.
DSS는 수사 기능도 보유하고 있는 국무부 산하 법 집행 조직이다. 국무부 고위 관료 등 외교 요인과 자산, 정보 보호가 주된 임무이며, 대테러·대정보 관련 국내외 수사도 맡는다. 각국에 파견된 미 대사 경호와 시설 보안도 DSS 담당이다. 통상 한국의 외교장관이 공무상 미국에 출장갈 때는 DSS 요원들이 근접 경호를 맡는다.
이와 관련, 총리실 관계자는 “의전이나 경호에서 어떤 불편함도 없었다. 출입국 절차나 백악관 출입 때도 각별한 의전과 특별한 배려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외교 장관에게도 제공하는 경호를 총리에게 제공하지 않은 배경이 무엇인지를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한국의 국무총리가 단독으로 방미한 전례가 거의 없어서일 수도 있다.
다만 미 국무부는 DSS 요원의 국내 임무에 대해 ‘국무장관 및 방미하는 외국의 고위 관리(dignitaries) 경호’로 설명하고 있다. 주로 외교장관이 대상이지만, 총리도 대상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지난 2018년과 2019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방미했을 때는 DSS 요원들이 근접 경호했다.
공교롭게도 김 총리가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관세 재인상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밴스 부통령이 지난 23일 김 총리와 만났을 때 쿠팡을 비롯한 미국 테크기업에 불이익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테크 기업에 대한 조치가 계속될 경우 “한ㆍ미 무역 합의가 흔들리고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김 총리의 방미가 결정되기 직전인 지난 1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제1수신자로 발송한 서한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14일 청와대와 총리실에 (서한)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 총리가 방미 전 이미 미국 빅테크 기업 처우와 관련한 미 정부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날 “밴스 부통령과의 회담은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쿠팡 문제와 관련해서도 밴스 부통령은 매우 정중한 어조로 내용을 문의했다. 김 총리는 정확한 상황을 공유하고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아님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부통령이 쿠팡에 대해 차별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 수주를 위해 특사단을 이끌고 캐나다에 방문하면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이 함께 한 데 대해 미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트럼프가 투자 지연 이야기만 나오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현대차 등이 캐나다에 잠수함 수주를 위해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절충 교역을 위해 동행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게 신경을 자극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