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장애인 키오스크' 의무화 첫날인데…카페 직원 "안 걸리면 그만"

중앙일보

2026.01.28 12:00 2026.01.28 12:3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28일 서울 시내 한 페스트푸드점에 설치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모습. 뉴스1
"안내를 들은 게 없는데…혹시 잘못된 게 있나요?"

28일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의 한 카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장벽 없는 무인정보 단말기) 설치 여부를 묻자 아르바이트생은 화면을 잠시 들여다보다 이렇게 답했다.

이날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화가 전면 시행된 첫날이었지만, 매장 곳곳에서는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2021년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에 따라 도입돼 2024년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키오스크를 운영하는 기관이나 매장은 원칙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접근성 검증 기준을 준수한 기기와 키오스크 위치를 음성으로 안내하는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규정을 어기면 과태료 최대 3000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서울시청 일대 카페·식당 10곳을 돌아본 결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한 매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바닥 면적 50㎡ 미만의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이나 소상공인 매장이라면 호출 벨 설치 등으로 예외 규정이 적용되지만, 해당 매장에서는 호출 벨이 없었다. 한 매장 관계자는 "키오스크나 호출 벨 설치와 관련해 별다른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둘러본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3곳에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었다. 한 매장 아르바이트생은 "본사 차원에서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리어프리 설치 0곳…"'설마 하겠어?' 반응"

본사 차원의 대응이 가능한 대형 프랜차이즈와 달리 개별 자영업자에게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가 부담으로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서울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30대 A씨는 "정부 지원이 있긴 해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일반 제품보다 3배 정도 비싸다 보니 현실적으로는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업체 관계자는 "전면 시행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설마 실제로 시행되겠느냐'는 반응이 많아 설치 설득이 쉽지 않았다"라며 "비용 부담 때문에 현재는 관공서 위주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 설치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채혜선 기자
이 때문에 장애인 사이에서는 제도 시행으로 접근성이 개선되기보다는 자영업자와 정부 사이에 장애인이 끼인 채 오히려 불편이 더 커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고려해 보조 인력이나 호출 벨 설치만으로 접근성 검증 기준을 면제하는 예외 조항이 신설됐다.

이와 관련, 시각장애인 송모씨는 "바쁜 점심시간에 직원을 불러 메뉴를 하나하나 읽어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은 장애인에게 큰 심리적 부담감을 준다"며 "현 제도가 소상공인 부담만 키우고, 애매한 예외 조항으로 장애인의 실질적인 권리도 보장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제도가 됐다"고 비판했다. 20대 청각장애인 B씨도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하는 등 애초에 접근이 불가능한 가게도 많은데 이런 문제는 그대로 둔 채 키오스크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28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전면 의무화 안내. 사진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제도 취지가 현장의 자발적인 이행을 유도하는 데 있는 만큼 당분간은 제도의 현장 안착에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의 준비 상황과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정 명령이나 과태료 부과와 같은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3000만원 과태료와 관련해 일부 설치 업체의 과도한 공포 마케팅이 있는 것으로 본다"라며 "장애인처벌금지법의 정신은 사회 전반의 인식을 바꿔 가는 데 있다"고 밝혔다.



채혜선([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