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무인전력이 현대전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전쟁의 양상을 규정하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전쟁을 직접 경험한 국가들이 선택한 방향은 일관된다.
무인전력은 분산 운용의 대상이 아니라, 통합 지휘·관리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2024년 세계 최초로 무인체계군(Unmanned Systems Forces)을 별도 군종으로 창설하고, 이른바 ‘드론 라인(Drone Line)’이라 불리는 정예 드론 부대들을 단일 지휘 체계 아래 통합했다. 러시아 역시 전쟁 초기 드론전에서의 열세를 교훈 삼아 전담 드론 부대를 육성했고, 2025년에는 무인체계군을 새로운 군종으로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국가들이 선택한 방향은 분명하다. 드론은 더 이상 부차적 전력이 아니며, 이를 전담할 조직 없이는 현대전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한국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드론작전사를 해체한다면, 문제는 ‘조직 하나를 없애느냐’가 아니다. 그 기능과 전문성을 대체할 체계가 존재하느냐가 핵심이다. 조직은 폐지될 수 있지만, 기능까지 공백으로 남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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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작전’이 보여준 미래전의 실체
2025년 우크라이나가 수행한 이른바 ‘거미줄 작전’은 미래전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소형 드론을 러시아 본토 깊숙한 전략폭격기 기지 인근에 은닉한 뒤, 네트워크로 연결된 드론들을 동시에 발진시켜 전략폭격기와 조기경보기를 타격한 이 작전은 단순한 전술적 성공을 넘어 전략적 충격을 줬다.
이 작전의 핵심은 드론의 ‘개수’가 아니었다. 전구·전략 수준의 표적 체계 설계, 장기간에 걸친 사전 침투와 은닉, 네트워크 기반 동시 운용, 그리고 상대 전략 전력을 마비시키겠다는 명확한 의도가 결합된 결과였다. 이는 개별 전술 부대가 분산적으로 운용하는 UAV로는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수준의 작전이다. 전담 무인전 지휘 조직, 그리고 확인한 교훈을 축적해 온 전문 조직이 있어야만 가능한 영역이다.
한국군 역시 유사시 북한의 전략 표적과 후방 기지, 나아가 주변국 핵심 군사 거점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고난도 무인 심층작전을 구상해야 한다. 이를 담당할 주체는 단기간 태스크포스나 각 군의 전술 부대가 아니라,
장기간 무인전 경험과 전투발전 역량을 축적해 온 합동 차원의 전문 조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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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대드론은 하나의 전장, 하나의 지휘가 필요하다
드론과 대드론은 서로 다른 영역이 아니다. 공격과 방어, 창과 방패의 관계이며, 반드시 하나의 체계로 통합돼야 시너지가 발생한다. 적의 드론 운용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채 대드론 체계만 강화하는 것도, 대드론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드론 운용도 모두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군에는
드론·대드론 전투발전을 총괄하는 명확한 컨트롤 타워가 존재하지 않는다. 각 군은 유사한 체급의 드론과 대드론 장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용·훈련·정비·안전관리 체계는 제각각이며 중복 투자와 비효율이 누적하고 있다. 조종사와 정비사 양성 체계 역시 통합되지 못한 채 군별로 상이하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대드론 분야는 기존 방공 조직과 체계만으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 대드론은 군사 영역을 넘어 민·관·군 통합 방어가 필수적인 분야이며, 국가급 컨트롤 타워 없이는 실효적 대응이 불가능하다. 현재 일부 역할을 민간 협회 들이 담당하고 있으나, 국가 안보의 핵심 기능을 협회에만 맡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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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대드론 전투발전 조직’ 구상
필자는 드론작전사를 창설하고 운영해 본 경험자로서, 드론작전사를 폐지하기보다는 지휘체계와 작전수행 절차를 개선해 그 기능과 역할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현대전과 미래전에 대비하는 데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실제로 드론 강국으로 평가받는 튀르키예 총참모부를 방문했을 때와 UAE를 방문했을 때에도, 우리 드론작전사에 대해 깊은 관심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론작전사 폐지가 불가피하다면, 그 이후의 방향은 더욱 분명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조직 해체의 문제가 아니라, 드론 전력 운용과 전투발전 기능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이러한 이유에서 드론과 대드론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드론·대드론 전투발전 사령부(가칭) 또는
드론·대드론 전투발전 센터(가칭)와 같은
상설 조직의 신설이 요구된다.
이 조직은 전술적 작전을 주로 하는 부대가 아니라, 합동 차원의 전투발전 허브로서 드론·대드론 운용 개념과 교리 발전, 전력화 체계의 통합을 주도하는 중심 조직으로 기능해야 한다.
첫째, 드론·대드론 운용 개념과 교리 발전을 전담하는 중심 조직이 돼야 한다.
둘째, 민·관·군이 참여하는 공동 개발과 전투 실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기술과 작전 개념을 실전 수준에서 검증해야 한다.
셋째, 교육훈련·정비유지·안전관리 기준을 통합하고, 신속 트랙을 통해 검증된 기술과 개념을 전력화로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군사 안보적 사안을 정치적 관점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핵심은 전쟁이 요구하는 기능을 국가가 책임지고 유지·발전시키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조직의 명칭이나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능이 지속하고 축적하는 구조가 유지되는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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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바꿀 수는 있어도, 준비를 없앨 수는 없다!
전쟁을 경험한 국가들이 보여준 방향은 분명하다. 무인전력은 통합적 관점에서 설계돼야 하며, 전문성을 전제로 할 때 최대의 운용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드론작전사 폐지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이후에도 한국군이 미래전을 준비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다.
조직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이 요구하는 준비까지 해체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폐지냐 유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드론·대드론 전투발전의 중추 기능을 제도화하려는 전략적 결단이다. 이것이 최근 지구촌의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분명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