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반등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에 버금가는 실적을 다시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9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33조6059억원, 영업이익 43조601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대비 매출은 10.9%, 영업이익은 33.2% 증가했다. 순이익은 45조2068억원으로 31.2%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이다.
4분기 실적도 가파르게 개선됐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93조8374억원, 영업이익은 20조73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6%, 영업이익은 209.2% 각각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 이후 7년여 만에 최대 분기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했다.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있었다. DS 부문은 4분기 매출 44조원, 영업이익 16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전사 실적을 이끌었다. 메모리 사업에서 범용 D램 수요 강세에 적극 대응하고, HBM·서버용 DDR5·기업용 SSD 등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하면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도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시스템LSI는 계절적 수요 변화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소폭 둔화됐지만, 2억 화소 이미지센서와 빅픽셀 5000만 화소 신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 성장세를 유지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2나노 1세대 공정 양산과 미국·중국 거래선 수요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증가했으나, 충당 비용 반영으로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세트 사업을 맡은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4분기 매출 44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로 판매량이 줄었으나,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확대와 태블릿·웨어러블 제품의 안정적 수요가 실적을 방어했다. TV를 담당하는 VD 사업부는 Neo QLED와 OLED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이 늘었고, 생활가전 부문은 계절적 비수기와 글로벌 관세 영향으로 실적이 둔화됐다.
자회사 하만은 매출 4조6000억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기록했다. 유럽 시장에서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부품 공급을 확대하고, 오디오 시장 성수기 효과가 반영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9조5000억원, 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하며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와 정보기술(IT)·자동차용 패널 공급 확대의 수혜를 입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만 10조9000억원, 연간 기준으로는 37조70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AI 반도체, 차세대 메모리, 파운드리 공정 고도화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도 AI 및 서버용 반도체 수요를 중심으로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는 업계 최고 수준의 11.7Gbps 제품을 포함한 HBM4 양산 출하를 본격화하고, 파운드리는 HPC와 모바일 대형 고객사 중심으로 수주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DX 부문은 갤럭시 S26 출시를 계기로 플래그십 제품 중심의 판매 확대와 에이전틱 AI 기반 사용자 경험 강화를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1조3000억원 규모의 2025년 4분기 결산 특별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기존 분기 배당(약 2조4500억원)에 특별배당을 더해 분기 배당액은 약 3조7500억원, 연간 총 배당 규모는 11조1000억원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1주당 배당금은 4분기 기준 363원에서 566원으로, 연간 기준 1446원에서 1668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이번 특별배당이 기존에 약속한 배당 정책을 웃도는 수준으로 주주 환원을 확대하고,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기업설명회(콘퍼런스콜)를 열고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 세부 내용과 올해 사업 전략을 설명한다. SK하이닉스도 같은 날 콘퍼런스콜을 열어 실적과 향후 사업 전략과 전망을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