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보도…호주 "안보·국익 위해 회수해야" vs 中 "정당한 권리 보호돼야"
호주 정부가 운영권 임대 계약 파기 땐 中 와인·석탄 금수로 보복 가능성
중국·호주, 中기업이 99년간 임대한 다윈항 운영권 갈등 심화
SCMP 보도…호주 "안보·국익 위해 회수해야" vs 中 "정당한 권리 보호돼야"
호주 정부가 운영권 임대 계약 파기 땐 中 와인·석탄 금수로 보복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기업이 99년 동안 임대한 호주 북부의 다윈항 운영권을 두고 양국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SCMP는 현재 호주 당국이 안보 위협을 이유로 다윈항 회수를 추진하는 데 대해 중국 당국의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갈등은 2015년 호주 노던준주 정부가 5억600만 호주달러(약 4천400억원)에 다윈항 운영권을 중국 기업 랜드브리지에 99년간 넘기는 임대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다윈항은 호주 북부의 경제 중심지이기도 하지만, 그 부근에 미 해병대가 주둔하고 미군 연료 창고도 있는 안보 요충지이기도 하다.
작년 5월 총선을 앞두고 다윈항을 다시 호주인의 손으로 되찾겠다고 공식화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취임 이후 문제의 계약 파기를 통한 운영권 회수를 추진해왔으며, 이에 중국도 강력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샤오첸 주호주 중국 대사는 전날 다윈항 운영권에 대한 강제 매각 조치가 이뤄진다면 중국 당국으로선 자국 기업 랜드브리지에 대한 권리 보호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샤오 대사는 "지난해부터 다윈항이 적자를 면하고 흑자를 내기 시작했는데 바로 그 시점에서 호주 정부가 다윈항을 되찾겠다고 나섰다"면서 "손해 볼 때는 외국 기업에 임대하고, 수익이 나니 다시 찾겠다는 사업 방식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적절한 시기가 되면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면서 중국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는 결의를 보여줄 말과 행동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의 궈자쿤 대변인도 같은 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 기업이 시장가격을 통해 다윈항 임대권을 취득했다면서 "정당한 권리와 이익은 전적으로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다윈항을 호주 소유로 되돌리는 건 호주 국익에 부합하는 일로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사실 호주와 중국의 다윈항 갈등의 배경에는 미국이 자리 잡고 있다.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가장 가까운 다윈항은 미국으로선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을 견제할 수 있는 교두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영국과 함께 2021년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기술과 실제 잠수함을 공급해 중국을 견제토록 하는 오커스(AUKUS) 안보 동맹 협약을 체결했고, 이를 계기로 호주 내에서 다윈항 운영권을 중국으로부터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오커스 협약에 따르면 2027년부터 미국과 영국이 핵잠수함을 호주에 순차적으로 배치하고 2030년대 초반 호주가 미국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3척을 구매하며, 2040년대 영국과 호주가 공동 개발한 차세대 핵잠수함도 실전에 배치될 전망이다.
다윈항 운영권 소유 기업인 랜드브리지가 중국 공산당 및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민간기업으로 알려진 점도 호주는 물론 서방권에서 다윈항이 중국의 정보 수집 또는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호주 정부는 중국 기업 랜드브리지의 다윈항 운영권 계약 파기를 강행하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를 확정하지는 않았다. 미국 사모펀드 등이 상업적 방식으로 다윈항 운영권을 매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외교가에선 호주 정부가 다윈항 운영권 계약 파기를 강행할 경우 중국 당국이 호주산 와인·석탄·쇠고기 등을 대상으로 무역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호주가 2020년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라고 중국에 요구하면서 양국 관계가 경색돼 중국이 호주산 와인·석탄 수입을 중단하는 등 보복 조치를 주고받았다.
양국이 2022년 말부터 관계 정상화 단계에 진입했으나 다윈항 운영권 회수 문제로 다시 경색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