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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순찰 형사 눈에 걸린 ‘보이스피싱’…모텔 셀프 감금 4명 구해 [영상]

중앙일보

2026.01.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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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2시 10분쯤 대전역 내 물품보관함 앞. 현장을 순찰 중이던 대전동부경찰서 형사팀 정민영 경사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작은 편지봉투를 큰 물품보관함에 넣는 모습이었다. 보통 여행가방이나 쇼핑백 등을 넣은 공간에 손바닥만 한 봉투를 넣는 게 아무래도 수상쩍었다.
지난 7알 오후 대전역에서 20대 남성이 물품보관함에 봉투를 넣고 있다. 이 남성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자신의 체크키드를 보관하던 중이었다. [사진 대전경찰청]
함께 순찰 나온 동료를 부른 정 경사는 조금 더 현장을 지켜보기로 했다. 40분 뒤인 오후 2시 50분쯤 한 남성이 물품보관함으로 다가오더니 문을 열고 봉투를 꺼내 플랫폼 방향으로 이동했다. 범죄를 직감한 정민영 경사 일행은 곧바로 달려가 남성을 붙잡았다.



작은 봉투 물품보관함에 넣는 모습 발견

남성이 꺼낸 봉투에는 체크카드 1장이 들어있었다. 당연히 본인 명의의 카드가 아니었다. 게다가 남성은 현금 370만원과 다른 사람 명의로 된 체크카드 3장을 더 갖고 있었다. 이 남성은 A씨(40대)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지시를 받고 물품보관함 등에서 체크카드와 현금을 수거한 뒤 다른 접선자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던 중이었다. 경찰의 추궁 끝에 A씨는 자신의 범죄를 모두 시인했다.
지난 7일 오후 대전동부경찰서 형사팀이 대전역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고 물품보관함에서 체크카드를 꺼내 달아다던 40대 남성을 검거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각지를 돌며 물품보관함에서 피해자들이 넣어 놓은 체크카드와 현금 4000여만 원을 수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에 속은 피해자들 경찰 설명에도 믿지 않아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이 A씨를 상대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전역 물품보관함에 봉투를 넣은 B씨(20대 남성)를 비롯해 4명의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속아 스스로 모텔에 감금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수사기관이다. (당신이) 범죄에 연루됐는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구속된다’는 등의 말을 듣고 지시에 따랐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모두 20대로 자신들이 범죄에 연루된 사실조차 알지 못한 상태였다. 형사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았다. 얼른 모텔에서 나와야 한다”고 설득해도 믿지 않았다.

형사들은 피해자들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가족과 지인을 통해 범죄 사실을 알리고 피해자들에게도 다시 한번 범죄에 속았다는 것을 전해주도록 요청했다. 결국 7~8시간 만의 설득 끝에 피해자들은 모텔에서 나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피해자 가운데는 직장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경찰청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대전지역 기차역과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 홍보 문구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동부경찰서는 A씨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치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A씨로부터 체크카드와 현금을 수거하려던 조직을 추적하고 있다. 대전경찰청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지역 내 기차역과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 ‘이곳에 돈을 보관하라는 전화를 받으셨다면 100% 보이스피싱’이라는 문구를 안내하고 있다.



경찰, 기차역·지하철역에 범죄 예방 홍보 문구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은 피해자 가운데 20~30대가 적지 않다”며 “범죄조직을 검거하는 활동과 함께 피해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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