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홍윤표 선임기자] 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간호원 졸업증서를 발견, 연세대의료원 원목실에서 매달 1일에 발간하는 잡지(회보) 『세브란스』 2026년 1월호(1964년 창간, 통권 705호)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간호원 졸업증서는 1912년 세브란스병원 간호원양성학교 제3회 졸업생인 오현숙의 ‘빛나는 졸업장’이다. 오현숙은 졸업 후 6년 뒤인 1918년에 일찍 세상을 떠나 직계 후손은 없으나 그의 유족들이 이 졸업증서를 뒤늦게 찾아내 지난해 10월께 동은의학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1906년 세브란스병원 간호원양성학교로 출발한 연세대학교 간호대학은 올해로 설립 120주년을 맞는다.
정용서 동은의학박물관 학예실장은 “현재 한국의 모든 간호 관련 학교에 남아 있는 졸업증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용서 실장이 『세브란스』에 기고한 글 ‘유물과 자료로 보는 세브란스’ 난의 ‘세브란스병원 간호원양성학교 졸업증서(1912)’에 따르면, 1904년 9월 서울 남대문 밖 복숭아골(도동)에 한국 최초의 현대식 종합병원인 ‘새로 지은 제중원, 세브란스병원’이 건립됐다. 병원설립으로 의료업무는 확대되었고, 자연스레 전문 간호 인력에 대한 요구도 많아졌다. 그에 따라 세브란스병원은 1906년에 간호선교사 쉴즈(Esther L. Shields) 등과 협의, 간호사 교육을 시작했다.
쉴즈는 미국 필라델피아병원 간호원양성학교를 졸업, 1897년 10월 미국 북장로회 간호선교사로 한국에 파견돼 왔다. 쉴즈는 1906년 9월 세브란스병원에 간호원양성학교를 설치하고 초대 교장으로 본격적인 간호교육에 들어갔다.
세브란스병원 간호원양성학교는 1907년에 5명, 1908년에 7명의 학생을 선발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견습생 신분으로 3개월의 예비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을 거쳐야 정규 간호 학생이 될 수 있었다. 교육 기간은 3년. 학년마다 매 학기 말에 시험을 치러 70점 이상 받아야 진급할 수 있었다.
1910년 6월10일, 제1회 세브란스병원 간호원양성학교 졸업식이 병원 잔디밭에서 열렸다. 쉴즈 교장은 시험을 통과하고 실습을 마친 첫 졸업생 김배세에게 졸업장을 수여했다. 그 뒤 제2회 졸업생이 1911년 2월에 3명, 1912년 6월에 안경희, 오현숙이 제3회 졸업생으로 배출됐다.
[사진]OSEN DB.
이번에 발견된 오현숙의 졸업증서는 가로 39.5cm, 세로 54.5cm 크기로 위쪽에는 Severance Hospital과 Seoul Korea라는 영문 병원 이름과 지명이 있고, 그 아래 가운데 둥근 교표가 들어 있다. 교표는 둥근 원에 영어 N자로 나누어 좌우에 십자가와 태극문양, 위아래에 HS와 TS라 적었다. SH는 Severance Hospital, TS는 Training School, N은 Nurses를 뜻한다.
이 증서에는 ‘오현숙이 간호원양성학교에서 규정한 교육과 실습 과정을 마치고 시험에 합격, 이 졸업증서를 수요한다’는 내용이 영문으로 적혀있다. 증서 아래에는 같은 내용이 국한문 혼용으로도 쓰여 있다. 증서에는 또 세브란스병원 간호원양성학교 교수들의 서명과 빛바랜 금박 압인이 붙어 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일부 훼손된 금박 압인 외곽에는 Severance Hospital Training School for Nurses라는 영문 학교명, 가운데 世富蘭病院看護員養成學校(세부란시병원간호원양성학교)라는 한자 학교명이 새겨져 있다.
정용서 실장은 “이 졸업증서를 통해 1906년 설립 당시 명칭은 세브란스병원 간호부양성소가 아니라 간호원양성학교였음이 분명해졌다”면서 “다만 1917년경부터 어떤 이유에선가 간호부양성소로 바뀌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110년이 넘은 시공을 가로질러 나타난 이 간호원 졸업증서로 인해 초창기 한국병원 간호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사진 제공] 동은의학박물관
[사진 위] 오현숙의 졸업증서
[사진 아래] 간호원들의 사진 가운데 앞줄 왼쪽이 3회 졸업생 오현숙(원내)이고 맨 앞에 앉아 있는 이는 1회 졸업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