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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방 정확히 찍었다…원룸촌서 실종女 찾은 '이 장비' 정체

중앙일보

2026.01.28 17:37 2026.01.2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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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정밀탐색기 모습. 중앙포토
면접을 보러 간다던 딸이 연락 두절된 채 연고도 없는 경북 영천의 한 원룸에 있다면 부모는 어떤 기분이 들까. 자칫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었던 긴박한 상황에서 경찰이 신규 도입한 첨단 장비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 현장 경찰의 아이디어로 만든 ‘112 정밀탐색기’다.

지난 25일 대구에 거주하는 부부는 극심한 불안에 휩싸였다. 전날 부산으로 면접을 보러 간다는 30대 딸 A씨가 평소와 달리 전화는 일절 받지 않고, 마치 누군가 강요한 듯 짧은 ‘단답형 문자메시지’만 보냈기 때문이다.

딸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판단한 부모는 경찰에 신고했다. 대구경찰청이 위치 추적을 한 결과 A씨의 휴대전화 기지국 신호는 부산이 아닌 경북 영천의 한 원룸 밀집 지역으로 나타났다. 부모는 A씨가 납치를 당한 것이라고 생각해 공포에 빠졌다. 대구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영천경찰서는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북 영천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112 정밀탐색기' 활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 영천경찰서

현장은 수백 가구가 촘촘하게 붙어 있어 기지국 신호만으로는 A씨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색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었던 차에 영천경찰서 동부지구대 순찰3팀 소속 경찰관들은 ‘112 정밀탐색기’를 동원했다.

112 정밀탐색기는 2021년 현장 경찰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연구·개발된 이동형 와이파이(Wi-Fi) 송신기다. 와이파이 신호 강도에 따라 수색 대상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2023년 전국 6개 경찰서에서 시범적으로 운용하다 2024년부터 점차 전국 경찰서로 보급했다. 영천경찰서는 지난해 11월 이 장비를 도입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관들은 A씨의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 정보를 토대로 건물을 일일이 돌았다. 영천서 범죄예방대응과 관계자는 “원룸촌을 수색하던 중 한 건물에서 높은 신호가 잡혔고, A씨가 이 건물에 있을 것이라고 보고 층별 수색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건물 내 한 호실 앞에서 112 정밀탐색기의 신호 강도가 ‘7’로 높아졌다. ‘10’이 최고치인 112 정밀탐색기가 이 정도 수치를 나타낸다면 수색 대상자가 3m 안팎의 근거리에 있다는 의미다. 원룸촌에 있는 수백 개의 호실 중 단 한 곳을 정확히 지목한 순간이었다. 경찰은 즉시 해당 호실에 진입해 A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히 A씨가 범죄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심리적 혼란을 겪는 상태였다. 현장 경찰관들은 A씨를 설득해 부모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경북 영천경찰서가 지난해 12월 소속 경찰관을 대상으로 바디캠과 112 정밀탐색기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 영천경찰서

경찰은 이처럼 수색 활동과 범죄 예방에 큰 도움을 주는 112 정밀탐색기를 현장에서 적극 활용하기 위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건 현장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직접 뛰어다니며 연습하는 ‘실전형 현장 기동 훈련(FTX)’을 수시로 진행하는 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지국 수색은 한계가 분명하지만, 정밀탐색기는 보이지 않는 전파를 시각화해 정확한 위치를 짚어주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앞으로도 과학 치안 역량을 강화해 시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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