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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美상무 거물들 한자리에… 워싱턴 물들인 ‘이건희 컬렉션’

중앙일보

2026.01.28 20:28 2026.01.2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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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도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건물에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과 연살구빛 한복이 뒤섞인 인파가 몰렸다.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걸렸던 박물관 한쪽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일가와 미국 장관과 의원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출동했다. 한국 미술 작품 앞에 글로벌 핵심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장면이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증품으로 꾸린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을 기념하는 갈라 만찬 자리에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갈라 디너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갈라 행사장에 사위인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과 들어서고 있다. 뒤 오른편은 딸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연합뉴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아들과 함께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갈라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美 정·재계 움직인 ‘K-미술의 밤’

삼성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주최로 막을 올린 전시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념하는 갈라 만찬을 열었다. 2만3000점을 웃도는 선대회장의 기증품을 토대로 기획한 첫 해외 순회전이다. 관람객은 이미 6만1000명을 넘었고, 폐막 시점엔 6만5000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평상시 관람객의 두 배를 넘는 이례적 흥행이다. 삼성에서도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아들,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부부 등이 밝은 얼굴로 총출동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갈라 디너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재계에서는 총 250여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를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33년 만에 열린 삼성의 최대 규모 대외 행사로 보고 있다. 참석자 면면도 화려했다. 이날 자리에는 미국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비롯해 로리 차베스-디레머 노동부 장관,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 등 한·미 정·관계 핵심 관료와 삼성의 주요 생산 기지 의원들을 비롯한 여야 중진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텍사스주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당), 생활가전 공장이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팀 스콧 상원의원(공화당)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남북전쟁 이후 남부 지역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처음 상원의원에 당선된 3선의 팀 스콧 의원은 “이번 순회전은 한·미 동맹이 경제를 넘어, 서로의 역사와 이야기를 잇는 가치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첫 한국계 미국 상원의원인 앤디 김(민주·뉴저지) 의원도 “미국과 한국의 긴밀한 연대는 삼성 같은 기업들의 투자와 협력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며 “삼성가(家)가 가져온 소장품을 전국의 미국인들이 관람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재계에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웬델 윅스 코닝 회장, 개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CEO, 제리 양 야후 공동창업자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1973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 시절부터 협력을 이어온 특수 소재기업 코닝의 웬델 윅스 회장은 “이번 전시는 삼성 일가가 지켜온 창조에 대한 열정을 잘 보여준다”며 “그 공헌은 삼성과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고 평가했다.


행사에 모인 인사 면면을 두고 한 재계 관계자는 “워싱턴 정가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테크 기업들과 이재용 회장이 다져온 네트워크가 한자리에 모인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인공지능(AI)·반도체·자동차 등 첨단 신사업을 이어온 글로벌 행보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에 강화된 미국 정·관계 네트워크 역시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삼성家 ‘문화보국’ 철학 전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갈라 디너에서 6·25 참전용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갈라 디너에서 6·25 참전용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이날 환영사에서 꺼낸 화두는 ‘기업’이 아니라 ‘문화’였다. 그는 삼성가가 이어온 ‘문화보국(文化報國·문화로 나라에 보답한다)’ 철학을 강조하는 한편, 한·미 동맹의 의미도 함께 짚었다. 이 회장은 “6·25 전쟁 등의 고난 속에서도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은 한국 문화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굳건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며 “홍라희 명예관장은 고대 유물부터 근현대 작품까지 컬렉션의 범위를 넓히고 다양화하는 데 헌신해 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당시 3만6000명이 넘는 미국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한국은 지금처럼 번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루디 B. 미킨스 시니어 등 6·25 참전용사 4명도 참석했다.

김주원 기자
이번 전시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2만3000여 점 가운데 엄선된 작품이 출품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유명해진 ‘일월오악도’ 등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 7건과 보물 15건을 포함한 문화유산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박수근·김환기·이응노 등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을 합쳐 총 330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는 1980년대 정부 주도로 기획된 ‘한국미술 5000년전’ 이후 처음으로 한국 미술을 대규모로 해외에 선보이는 행사로도 평가된다.

흥행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해외 순회전 역시 앞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전국 순회전이 대규모 관람객을 동원하며 관심을 모은 데 힘입어 성사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 미술 시장이 성장세를 보였고 해외에서도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슨트 투어 참여가 이어졌고, ‘달항아리’ 기념품과 ‘인왕제색도’ 조명 등 굿즈(기념품)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을 계기로 한 K미술이 575억 달러(약 84조7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아트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이번 전시 기획에 참여한 이수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건희 컬렉션은 처음부터 ‘국가적 보물’을 해외로 흩어지지 않게 지키겠다는 뜻에서 출발했다”며 “한국 근현대미술이 국가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이 단순한 후원을 넘어 실제 문화자산을 지키고 넓히는 데까지 이어진 보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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