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도권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 조처에 따라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쓰레기 반입이 늘어난 충북에서 원정 소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쓰레기를 충북에서 소각할 경우 공공 처리시설에만 적용하던 ‘반입협력금’을 민간 소각장에도 부과하는 법 개정을 자치단체를 비롯한 지방의회·시민단체가 요구하고 있다. 이재영 증평군수는 29일 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생활폐기물이 청주시 민간 소각시설을 통해 처리되는 현실은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을 사실상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환경 부담을 비수도권 지역에 떠넘기는 ‘쓰레기 원정 처리’를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주시 등에 따르면 올해 청원구 북이면 민간 소각장 3곳이 수도권 자치단체와 맺은 생활폐기물 처리 위탁 계약 물량은 2만6400여t으로 집계됐다. 경기 광명시(1200t)·양평군(1728t)·화성시(1만8000t), 인천 강화군(3200t), 서울 강남구(2300t) 등 5개 자치단체다. 증평군이 쓰레기 반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청주 쪽 민간 소각장의 직접 영향권에 있어서다. 증평은 1읍(邑)·1면(面)의 초미니 지자체로 북이면 민간 소각장 반경 5㎞ 안에 공동주택과 읍 시가지 등이 있다. 소각장과 제일 가까운 곳은 1.6㎞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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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민간 소각장, 2만6400t 처리 계약
이 군수는 “증평군은 청주 북이면과 행정 경계를 맞대고 있어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피해가 청주 시민보다 오히려 더 크게 돌아올 수 있다”며 “이는 저탄소 녹색성장과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 중인 증평군의 환경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증평군은 이날 청주시의 민간 소각시설 관리·감독 강화와 인접 주민 보호 대책 마련, 정부 차원의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촉구했다. 증평 지역 환경·사회단체 등은 수도권 생활폐기물 반입 반대 결의문을 발표한 데 이어 릴레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청주시의회는 지난 26일 임시회에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따른 폐기물관리법령 개정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홍순철 청주시의원은 “전국 민간 소각량의 18%가 밀집된 청주가 수도권의 쓰레기 하청 기지로 전락했다”며 “민간 업체는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수도권 지자체는 비용으로 책임을 외주화하는 사이, 청주 시민들은 발암물질과 악취 속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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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시민단체 반입 반대…반입협력금 부과 요구도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관할 구역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을 해당 지역에서 처리하는 ‘생활폐기물의 발생지 처리’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소각 시설 부족 등으로 처리가 어려울 경우 타 자치단체로 반출 처리할 수 있다. 반입협력금 징수는 공공 처리시설로 폐기물을 처리할 때만 적용된다. 청주시의회는 건의안에서 반입협력금 민간 소각장 확대, 발생지 처리 원칙 법제화, 지자체장 반입 거부권 신설, 소각시설 운영 기준·감시 강화 등을 촉구했다. 청주시는 반입협력금 부과 대상 확대를 위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을 충북도와 협의해 환경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한편 충청권 4개 시·도는 지난 27일 수도권 생활폐기물 충청권 유입에 따른 공동 대책 실무회의를 개최했다. 쓰레기 유입 정보를 공유하고, 불법·편법으로 쓰레기를 반입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기로 협의했다. 신용찬 충북도 환경정책과장은 “수도권 내 공공처리시설을 확충해 자체 처리 용량을 늘리고,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만 이번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