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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색동원 매년 점검하고도 성범죄 징후 확인 못해…“감시 체계 개선해야”

중앙일보

2026.01.2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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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이 입소자들을 상대로 한 지속적인 성적 학대와 폭행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 대해 지난 3년간 정기 지도점검을 진행했지만 학대 징후를 전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대 등을 막기 위해 관련 법에 따라 운영하는 ‘인권지킴이단’ 역시 분기마다 이뤄진 점검에서 인권 침해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장애인 시설 관리 체계에 구멍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따져보고,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색동원 피해 전수조사 촉구 집회. 변민철 기자

29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강화군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23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총 5차례 색동원 등 장애인복지시설 정기 지도점검을 진행했다. 강화군은 출장 대장 관리 소홀, 식자재 납품업체와의 부적절한 계약 등 조치 사항을 발견하고 시설에 통보했지만, 성적 학대 등 인권 침해 정황은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인천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색동원) 입소자 심층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장애인 19명이 시설장 A씨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또 일부 장애인들이 시설 관계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정황도 드러났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9월24일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현재까지 피해자 4명을 특정했고,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강간·강제추행 등 혐의로 A씨와 시설 관계자를 불구속 입건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수사가 있기 불과 2주 전인 9월 5일에도 시설을 점검한 강화군은 아무런 학대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지난 2021년 1월 직원이 입소자를 학대한 사건이 발생해 시정 명령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합동 방문조사를 실시한 뒤 “(시설 측이) 종사자의 강압적인 상황을 인지하고도 관할 행정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강화군에 지속적인 점검을 권고했다. 불과 몇년 전 학대 의심 상황이 확인됐고, 이에 따라 주의 깊게 감독해야 한다는 권고까지 받은 상황에서 수년간 정기 점검을 벌였음에도 다수의 입소자가 장기간 성폭행 등 학대를 당한 정황을 알아채진 못했다는 것이다.

색동원은 또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인권지킴이단도 운영하고 있다. 색동원인권지킴이단은 인권전문가와 법률가, 지역주민 및 이용자 가족, 직원 대표 등 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분기마다 회의를 진행하며 학대 등 인권 침해 상황을 점검해 왔다. 그러나 인권지킴이단 역시 A씨의 성적 학대나 종사자들의 폭행 의심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2월엔 한 입소자가 머리를 다쳐 봉합한 뒤 퇴소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시설 종사자는 인권지킴이단에 “이용자 1명이 머리를 다쳐 병원에 갔다가 그대로 집으로 복귀했고, 퇴소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만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입소자 어머니는 학대를 의심하며 “폐쇄회로(CC)TV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시설 측은 A씨의 부재를 이유로 열람을 거부하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딸이 왜 다쳤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었던 입소자 어머니는 곧장 시설을 퇴소했고, 이후 진료 및 상담을 통해 딸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당시 인권지킴이단은 시설 측에 “퇴소 절차를 잘 밟고 기록을 남기라”는 취지의 권고만 했을 뿐, 입소자가 다친 경위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색동원 인권지킴이단 회의록. 서미화 의원실 제공

해당 시설엔 지난해 9월까지 남녀 장애인 33명(무연고 22명)이 거주했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입소자 중에는 부모나 형제가 없는 입소자가 많고, 시설을 찾는 외부인도 적어 학대를 당했더라도 알릴 만한 창구가 사실상 없었다고 한다. 지자체 지도점검이나 인권지킴이단의 활동이 학대를 막을 몇 안되는 장치였던 셈이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로는 전혀 학대를 막지 못한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며 “장애인 시설 내 CCTV 도입을 의무화하고, 상시 모니터링 제도를 도입해 지자체와 인권지킴이단, 입소자 부모 등이 언제든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수립한 ‘장애인거주시설 학대 예방 및 인권강화 방안’을 토대로 향후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단 입장이다. 해당 방안에는 ▶사생활 침해가 없는 공간 위주로 CCTV 설치 의무화 도입 검토 ▶대규모 거주시설 소규모로 전환 ▶무연고 장애인 지역사회 관계망 형성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변민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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