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 아이돌’로 불리던 김준수가 연극 무대 도전에 나선다. 고선웅 연출작 ‘칼로막베스’를 통해서다.
김준수는 29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칼로막베스’ 기자간담회에서 “연극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엄청나게 큰 에너지를 받을 것 같다”며 “배우 김준수로서 대단한 모습보다는 발전 가능성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칼로막베스’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 비극 ‘맥베스’를 재해석하며 무협액션극을 표방한 작품이다. 지난 2010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았다. 2011년 중국 베세토연극제와 벨라루스 국제연극제 등에 초청되며 해외 관객도 만났다.
이달 초 그간 몸담은 국립창극단을 떠난 김준수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연극에 출연한다. 그는 주인공을 파멸로 이끄는 욕망의 화신 ‘막베스 처’(원작 레이디 맥베스)역을 맡았다.
김준수는 “창극에서 노래에 기댔다면 연극은 대사 안에서 음률과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노래로서 표현하던 김준수가 이번엔 대사로서 감정을 표현하고 배우로 온전히 서는 김준수가 되기 위해 도전해보고 깨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 연기는 처음이지만 김준수의 여성 캐릭터 연기는 낯설지 않다. 그는 ‘트로이의 여인들’ ‘샬로메’ ‘패왕별희’ 등의 창극에서 여성 역할을 소화했다. 김준수는 “연기에 대한 갈망은 항상 있었는데 고선웅 연출님이 제안한 역할에 대해 부담이 된 건 사실”이라며 “제가 여성 역할을 하는 게 새로운 것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여성 캐릭터 연기는) 배우로서 아무나 할 수 없는 스펙트럼이고 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극 안에서 배우로 존재하다면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여성 캐릭터라고 해서 여성처럼 보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선웅도 “‘막베스처’역할에 여자라는 개념은 두지 않았다”라며 “패왕별희와 같은 느낌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칼로막베스’는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이한 마방진의 2026년 개막작이기도 하다. 고선웅은 “초연하던 16년 전에는 저도 좀 어리고 거칠었던 것 같다”라며 “일부 부문은 걷어내고 너무 빠른 흐름은 느리게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막베스역은 배우 김호산이, 막베스 처 역은 김준수와 함께 원경식이 캐스팅됐다. 다음 달 27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개막해 3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이어 부산문화회관 대극장(4월 3,4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4월 10,11일) 무대에도 오른다.
창단 20주년을 맞아 ‘극단적으로 플레이하다’(Play Extremely)를 슬로건으로 내건 마방진은 3월 ‘리어왕 외전’(국립극장). 4~6월 ‘홍도’(예술의전당 등), 10월 낙타 상자(대구 달서아트센터) 등 기존 대표작들을 무대에 다시 올린다.
또 11월에는 ‘투신’, 12월에는 ‘찻집’을 처음 관객에게 선보인다. 고선웅은 “‘투신’은 ‘두 가지 신(scene)과 몸을 던지는 투신 이라는 2개 뜻을 담고 있다”며 “‘찻집’은 로봇이 수박을 깨고 이단 옆차기를 하는 시대에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투신’을 공동 제작하는 마포문화재단의 고영근 대표이사는 “마방진이라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창작 집단과 고선웅 연출이라는 분명한 작가적 세계를 가진 예술가가 만나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질문을 무대에 올리는 작업”이라며 “단순한 공간 대관이 아닌 공공기관과 민간 예술기관이 파트너로서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