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DMZ법’과 관련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9일 “법안이 정전협정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 유엔군사령부(유엔사) 측이 DMZ법이 통과될 경우 한국 정부의 조치가 정전협정에 정면으로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반박으로 볼 수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률(DMZ법)을 법안을 발의해서 심의 중”이라며 “이 법안에는 유엔사와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어서 정전협정과 충돌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DMZ법 제정을 강행할 경우 한·미 관계가 악화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통일부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며 이런 입장에서 국회에서 논의 중인 DMZ 관련 법 제정 논의에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관련 법안 논의는 DMZ 출입에 관련해 유엔사와의 사전 협의 절차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정전협정과 전혀 상충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전날 유엔사는 이례적으로 DMZ법이 현행 정전협정 체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통일부가 이를 재차 반박한 셈이다. 통일부는 DMZ 활용에 관해 포괄적인 규율을 하는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서라도 해당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엔사는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판단으로 DMZ의 민간인 출입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실정법이 제정될 경우 한국이 정전협정에서 벗어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전협정은 ‘비무장지대내의 군사분계선 이남의 부분에 있어서의 민사행정 및 구제 사업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이 책임진다’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이 주도해 발의한 세 건의 DMZ법에는 유엔군사령관의 허가 없이 통일부 장관이 DMZ 내 평화적 사업 등을 승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관계 기관과의 협의’ 등을 명시한 경우도 해석에 따라 유엔사의 권한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도 통일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유엔사와 협의가 되지 않았는데 DMZ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며 “유엔사의 관할권을 존중해준다는 취지”라고 재차 설명했다. 이어 “만약에 (DMZ 이남 지역에서)우리 국민이 다친다면 오롯이 유엔사 책임인가”라고도 덧붙였다. 이 역시 앞서 유엔사 관계자가 “DMZ 내부에서 어떤 사건이 적대 행위로 이어진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유엔군사령관이 책임을 진다”고 한 데 대한 반박으로 볼 수 있다.